경의선·경부선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 철도망인 호남선 전구간 293.6㎞가 개통된 때는 지금으로부터 102년 전인 1914년 1월 11일이다. 지난해 4월 2일 KTX 고속열차가 평균시속 300㎞로 달리는 호남고속철도 고속선로가 개통되면서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갈 수밖에 없는 이 호남선 일반선로는 부차적인 존재로 취급받는 듯한 인상을 준다. 서대전역에서 논산역까지 약 51㎞ 구간은 구불구불한 S자형 선로가 여러 번 반복되면서 더욱 그렇다.

이 구간에서 S자형 선로가 심한 곳은 최고속도라고 해봐야 시속 80㎞ 정도로 달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호남고속철도 고속선로가 대전의 행정구역을 지나지 않는 바람에 서대전역 홀대론이 불거진 후, 기존 호남선의 이 구간에 두 가지 개선책이 추진되고 있다. 하나는 구불구불한 선로를 직선으로 펴 빨리 달릴 수 있게 하는 고속화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충청권 광역철도 사업이다.

광역철도는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권 시민들의 출퇴근 용이를 위해 수도권 전철처럼 전동차를 운행하는 사업이다. 이미 선로가 깔려 있으니 선로를 새로 까는 비용은 들어가지 않는다. 도시철도를 운영하기 위한 시설만 투자하면 된다. 종착역까지 시속 40-50㎞ 이상으로 달리게 함으로써 대도시 교통난도 완화하는 일석이조를 위한 사업이다. 고속화 사업과 광역철도 두 가지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중복투자 논란이 일어나자 대전시와 충남도가 조정하는 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1·2단계로 나뉘어 있던 충청권 광역철도 계획 중 2단계 대상인 계룡역-논산역 구간 25.4㎞를 아예 제외시켜 곧게 펴는 고속화 사업 대상으로 돌리고 계룡역까지만 충청권 광역철도 사업을 전개키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논란거리에서 제외되겠지만 서대전역-계룡역 구간의 구불구불한 선로는 어쩌면 영원히 곧게 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두 가지 사업을 살리기 위한 고육책인지는 모르겠으나 구불구불한 선로가 계속 남는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영남권의 다른 광역철도 사업이었다면 결론이 이렇게 났을까. 이런 질문을 정치적 자격지심의 발로로만 치부하기에는 왠지 아쉬움이 크다. 류용규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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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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