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은 하루에 한끼만 먹었다. 한 끼 이상은 탐닉으로 여겼다. 금욕생활이 지배하던 중세시대 역시 식사는 단 한번에 그쳤다.

모든 계층이 아침밥을 먹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들어서다. 산업혁명 기간에 공장 노동자들은 일찌감치 아침을 먹고 일터로 향했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고된 노동을 감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19세기 들어서는 전세계적으로 하루 세끼 중 아침이 제일 중요하다는 프로모션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각국 정부 주도로 아침밥 먹기 운동이 벌어졌다. 국민이 밥을 잘 먹어야 체력이 향상된다며 애국은 아침밥에서 나온다는 논리를 폈다.

식습관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 21세기에는 다이어트 붐이 일고 소식(少食) 열풍에 아침밥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아침밥은 활발한 두뇌활동, 비만 예방, 변기 개선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아침밥을 먹는 중학생들의 수학 점수가 굶은 학생들보다 평균 21.1점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아침밥과 장수와의 상관관계도 있다.

지난해 미국 조지아 대학 레너드 푼 교수가 아침밥을 거르는 7000명을 대상으로 아침식사와 수명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이 아침을 먹은 사람보다 남자는 40%, 여자는 28% 사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밥이 그야말로 `보약`인 셈이다.

단돈 1000원으로 학생들에게 `보약`을 제공하는 대학들이 최근 많아졌다고 한다. 지난 2012년 순천향대에서 시작된 1000원 아침밥이 지난해 서울대, 전남대, 부산대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는 아침에 이어 저녁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1000원의 아침밥 이후 평소 아침을 거르던 학생이 평소보다 3-4배 가량 많이 밥을 먹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학생들이 `다이어트와 소식(少食)을 핑계로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대학 정책 결정권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 봄직하다.

쌀 한톨도 나눠먹으려 했던 `예산의 `의좋은 형제`처럼, 충청권 소재 대학들도 이제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알게 할 필요가 있다. 대놓고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여줄 때도 됐지 않은가. 원세연 취재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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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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