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4·11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각 당은 적합한 후보를 가려낼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와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공천 대결에 돌입하였다. 여야는 이번 총선에서 공천개혁을 통해 구태정치인을 물갈이하고 참신한 인물을 공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선 중진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정치인 물갈이론이 힘을 얻고 있다. 국민들은 이번만큼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개혁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그동안 한국정치는 사회에서 때 묻고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흙탕물로 변했다는 비판을 받은 지 오래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실종되었고 시대착오적인 이념갈등과 편 가르기, 지역분열 조장, 흑색선전과 인신공격, 부정부패, 폭력 등 이전투구로 날을 지새웠다. 역대 선거에서의 공천과정을 보면 당권을 장악한 계파에 속하는 사람이나 거액의 공천헌금을 낸 사람들이 유리하고 반대편에 섰던 사람은 공천에서 배제됨으로써 줄 잘 서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다.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은 공천기준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진정 지역민들에게 신뢰받고 능력 있는 참신한 인물이 국회로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후보자를 공천하는 데 정작 지역주민이나 소속정당 당원들의 목소리는 실종되었고, 공천을 받기 위해 중앙정치의 실세에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쓰는가 하면, 학연·혈연·지연을 찾아 나섰다.

이러한 구태관행이 이번 총선을 통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이제 국민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일부 유권자는 후보자의 자질 여하를 불문하고 후보와의 개인적 친소관계에 따라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가 하면, 무언가를 얻어내려고 손을 내민다. 그래서는 안 된다.

한국의 정치문화가 근본적인 변화를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도도한 흐름이 되고 있다. 정치가 국민들의 이러한 욕구를 외면한다면 공멸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수십 년에 걸친 부패타락, 무능정치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이 정치를 불신하고 외면해 왔지만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변화의 욕구가 분출되기 시작하였다.

그 대표적 사례가 소위 `안철수 현상`이다. 어느 날 혜성처럼 나타난 안철수에게 국민들이 열광하면서 난공불락이라고 생각되었던 구시대 정치질서가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앞으로 구시대 기득권 정치문화는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20대가 SNS와 선거참여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고, 무기력과 체념에 빠졌던 국민들도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문화를 바꾸는 일에 공천개혁은 시작에 불과하다. 자신의 텃밭에서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오만에 빠져 돈 공천이나 자기 계파 심기식 공천이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과거 수십 년의 적폐가 하루아침에 고쳐질 수는 없다. 정치는 국민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국민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정치인들의 오만한 행태도 점차 발붙이기 어렵게 된다.

정치인 물갈이가 정치인의 손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하다. 바로 유권자인 국민의 손으로 정치인 물갈이를 이루어내야 한다. 급변하는 세계사의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사리사욕이 아닌 국리민복을 위해 진인사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 정치의 변화는 결국 유능하고 참신한 인물을 얼마나 국회에 진입시키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 물갈이뿐만 아니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란 말도 있듯이 올바른 정치문화가 싹틀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한국정치에 있어 구조적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끊어내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국민들이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은 감동의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한다. 진정 능력 있고 국민을 섬기는 사람이 국민의 대표가 되어 이 나라를 선진복지국가 대열에 우뚝 세워 주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생활에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국민이 살기 편하도록 민생을 살피는 지도자, 국민생활에 꼭 필요한 법을 만들어주는 국회의원을 원한다. 4·11 총선이 구태정치를 일소하고 새로운 정치가 활짝 피어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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