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1부 박영문 기자
취재1부 박영문 기자
정부부처 외청들이 지금의 정부대전청사로 대거 이전을 준비하던 1998년, 당시 중소기업청은 관련 부처와의 유기적 협조 필요성 등을 들어 이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그리고 22년이 지난 지금, 중소·중견기업 육성이라는 문재인 정부 대선 공약에 발 맞춰 몸집을 키운 중소벤처기업부는 20여 년 묵은 `유관기관 간 업무 협력` 명분을 또다시 내세워 세종시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들과 달리 `지방에서 지방`으로의 이전을 추진하는 명분치고는 참신함이 떨어져 보인다.

그동안 대전지역 민·관·정은 중기부가 행정안전부에 `세종 이전 의향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이전 반대 의사를 드러내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하지만 중기부 세종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는 지역 여론과 상관없이 정해진 수순 대로 흘러가고 있다.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기부 세종 이전을 위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 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고, 이제 남은 것은 관계기관 간 협의와 대통령의 승인 뿐이다.

결국 중기부 이전 논란을 둘러싼 지역의 관심은 이제 대통령의 결정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 다만 19대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었다. 당시 행정자치부·미래창조과학부를 세종시로 이전시키겠다는 내용과 함께. 또 다른 공약에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신설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럼에도 세종 이전에 대한 부분은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정권 차원에서도 중기부의 세종 이전은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미 20년 전 당위성을 얻지 못한 중기부의 해묵은 명분, 대통령의 공약, 지역 여론의 강한 반대, 중기부 세종 이전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 부족까지.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중기부가 세종 이전 의향서를 제출했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이번 공청회가 단순히 중기부 세종 이전을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었다면 그 결과는 대전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취재1부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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