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원촌동 하수종말처리장 이전이 결정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면서다.

대전시 계획대로라면 2021년 첫 삽을 떠 2025년 쯤 옮겨진다. 민자사업으로 시설은 보다 현대화된다. 전국에서 환경기초시설을 옮기는 전국 첫 사례이기도 하다.

하수처리장을 옮기는 이유는 `악취`에 있다. 1983년 하수처리장을 지을 때만 해도 도심 외곽이었는데, 40여 년이 흐른 지금은 도심의 한가운데가 됐다. 당연히, 인근 주민들은 악취를 호소하며 이전을 주장했다. 그들은 정부에 항의방문 했고, 집회를 열었다. 다행히도 한 민간 건설사의 제안으로 그 바람은 이뤄졌다.

그런데 `불똥`은 애꿎은 곳으로 튀었다. 이전 예정지인 금고동이다. 금고동 인근 구즉동주민들은 하수처리장 이전 소식을 듣고 크게 반발했다. 쓰레기매립장과 대전 3·4산업단지에서 넘어오는 악취도 해법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하수처리장까지 옮겨 진다니 그럴 만 했다. 구즉동 주민들은 그날 부로 동네 곳곳에 하수처리장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주민 동의 없는 하수처리장 이전을 강력히 규탄한다.`, `하수처리장 이전 어림없다.` 등이 담겼다. 비상대책위원회 말로는 집회며 항의방문도 불사할 거란다. 반감의 표현이다.

지난 주말, 문지동의 한 공동주택에서는 다과회가 열렸다. 하수처리장 이전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로 보였다. 이따금 박수가 터졌다. 이 곳에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하수처리장 이전 확정`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현수막은 담담하게 읽히는데 주민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결실을 맺었다.

님비(NIMBY)현상. 혐오시설 등이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들어오길 꺼려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하수처리장 이전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의 입장은 같으면서도 달랐다. 하수처리장을 꺼려하는 것은 같았고, 하수처리장을 품게 된 동네는 달랐다. 시는 지하화로 하수처리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악취를 줄일 수 있단다. 금고동 인근 주민들의 걱정을 덜고자 한 말일텐데, 정작 주민들의 우려는 식지 않고 있다. 취재 2부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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