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유행하는 것을 미리 막는 일`. 방역의 사전적 의미다. 하지만 최근 대전의 상황을 보면, 방역 체계가 과연 잘 갖춰져 있나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다양한 감염병이 유행 중이다. 특히 법정감염병 중 제1군에 속하는 A형 간염이 무섭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3월 사이 대전에서는 443명의 A형 간염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국에서 경기도(611명) 다음으로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인구 10만명당 발생률로 따져보면 대전은 29.61명으로 4.71명인 경기도의 6배 이상이며 전국 평균(4.36명) 보다도 압도적으로 높다. 게다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기존 표본감시에서 전수감시로 전환된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제1군 감염병은 마시는 물이나 식품을 매개로 발생하고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 발생 또는 유행 즉시 방역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방역을 담당하는 시는 뚜렷한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T/F팀을 구성해 원인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환자 감소에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또 환자의 밀접접촉자 중 성인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지원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의 확산세를 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올해 초부터 전국적으로 유행 양상을 보여왔던 홍역 환자의 집단 발생으로 감염병의 지역 확산에 대한 긴장감을 더욱 키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말 유성구의 한 소아전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생후 7개월 여아가 지난 2일 홍역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비롯해 같은 병실을 이용했던 13개월 남아 등 총 10명이 잇따라 홍역에 감염됐다. 지난 2월과 3월 각각 1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집단 발생은 이번이 처음이다.

A형 간염과 홍역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은 아니라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대전에서 1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 넣었던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부실한 초기 대응에서 비롯됐음을 기억해야 한다. 취재2부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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