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세종 건설현장으로 몰려들었다. 가족의 품을 떠나 바다를 건넜다. 한국으로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마침 세종은 개발호재가 한창이었다. 공공기관이며, 아파트, 대형상가가 줄지어 자리를 잡고 있는 터였다. 건설업계는 모자란 일손을 대신하고자 외국인 노동자를 주목했다. 조선족, 고려인, 한족, 베트남 등 국적을 가진 이들은 세종에 발을 디뎠다. `세종드림`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임금도 자국보다 2배가 많았다. 열심히 일했다. 월급의 반을 떼 가족들에게 보냈다. 마땅한 기술이 없어 자재를 나르거나, 골조를 세우는 일을 도맡았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거운 자재에 발을 찧고, 골절은 물론 불규칙한 식사로 소화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공정의 총괄을 맡은 팀장은 끊임없이 이들을 닦달했다. 나이가 어리다며,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며 언성을 높였다. 폭언은 기본이고 구타도 더러 있었다. 한국말은 몰라도 욕은 기억했다. 하대하는 눈빛도 괴로웠고, 임금체불도 잦았다.

호소할 곳은 없었다. 한국에 입국했을 당시는 합법적 고용이었으나, 이내 불법이 됐다. 비자기간이 종료됐거나 일터를 몰래 옮기면 서다. 신분이 불분명한 터라 공상처리를 했다간 강제퇴거조치를 벗어날 수 없었다. 불법체류자 단속기간에 돌입하면 공사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숨어 지냈다. 단속으로 인해 공을 친 날이면, 해가 떨어진 뒤 불을 켜고 일했다.

불법체류자 규모는 통상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10%로 파악한다. 이마저도 추정치일 뿐이다.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조차 충청권 내 불법체류자 규모는 모른다. 건설업계에서는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라는 모호한 말을 썼다. 아마도 각종 건설현장에 불법체류자가 존재하지만, 그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뜻 이리라. 관할 기관인 세종시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모르쇠다. 세종시 출범 이후 최소한의 실태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 행정명품도시라는 슬로건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취재 중 만난 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말이 기억난다. "그저 마음 놓고 편하게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거든요."

취재 2부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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