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할 곳은 없었다. 한국에 입국했을 당시는 합법적 고용이었으나, 이내 불법이 됐다. 비자기간이 종료됐거나 일터를 몰래 옮기면 서다. 신분이 불분명한 터라 공상처리를 했다간 강제퇴거조치를 벗어날 수 없었다. 불법체류자 단속기간에 돌입하면 공사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숨어 지냈다. 단속으로 인해 공을 친 날이면, 해가 떨어진 뒤 불을 켜고 일했다.
불법체류자 규모는 통상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10%로 파악한다. 이마저도 추정치일 뿐이다.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조차 충청권 내 불법체류자 규모는 모른다. 건설업계에서는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라는 모호한 말을 썼다. 아마도 각종 건설현장에 불법체류자가 존재하지만, 그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뜻 이리라. 관할 기관인 세종시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모르쇠다. 세종시 출범 이후 최소한의 실태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 행정명품도시라는 슬로건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취재 중 만난 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말이 기억난다. "그저 마음 놓고 편하게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거든요."
취재 2부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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