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패류의 산란장이었던 천수만과 세계 5대 갯벌로 평가 받는 가로림만.

가수 조미미가 1960대 후반에 부른 `서산갯마을`은 당시 충남의 오지였던 서산지역민들이 천수만과 가로림만이라는 바다에 기대 살던 애환을 담고 있다.

이 노래가 히트하면서 많은 국민들의 기억 속에 서산은 갯마을로 각인됐다.

물론 서산시는 전원도시 이미지로 각인 돼 편치 않게 생각하고 있지만 어쨌든 이후 천수만과 가로림만은 개발 풍파를 겪었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1980-1995년까지 15년 간 6470억 원을 투입해 천수만인 서산시 부석면 창리, 홍성군 서부면 궁리, 태안군 남면 당암리 등 3개 시군을 가로질러 바다를 막았다.

천수만AB지구로 이름이 붙여진 이곳은 우리나라 전체 쌀 생산량의 1%에 육박할 만큼 대규모 간척지로 변했지만 바다를 보고 살아온 지역민들은 갯벌이라는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

현대건설과의 보상마찰은 전국 최장 민원이란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았다.

가로림만도 한때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면서 지역주민들 간 찬·반으로 나눠 갈등이 심했으나 결국 이 사업이 백지화되면서 온전한 갯벌로 남겨졌다.

다만 천수만AB지구는 식량안보를 넘어 낙후한 지역발전이라는 지역민들의 염원이 담겨 기업도시와 특구로 개발이 추진, 또 한 번의 `상전벽해`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사업자인 현대건설이 지난 2008년 지식경제부로부터 지정 승인 받은 서산바이오웰빙특구의 경우 실망스럽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자회사인 현대모비스의 자동차연구개발 시설을 이 특구에 추가, 이름도 서산바이오웰빙연구특구로 변경 승인을 받았지만 주객전도 된 개발은 지역민들의 환영을 받기 어렵다.

현대건설은 올해 준공은 앞둔 이 특구의 전체 면적 569만 9000㎡ 중 주행시험장이 중심인 110만여㎡만 개발했을 뿐이다.

그리고 나서 또 다시 연비 측정 관련 주행시험장을 추가한 특구 계획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자사의 이익만 있을 뿐 지역경제에 보탬이 작은 이 특구 개발에 지역민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당초 이 특구는 1조 2000억 원 상당의 생산유발효과와 2만 명에 달하는 고용효과가 기대됐지만 지역주민들의 체감 기대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서산시의 아픈 손가락인 천수만이 특정 기업의 이익에 놀아나는 것 같아 그저 기막힐 따름이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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