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질 무렵,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대전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중도매인을 만났다. 그는 대뜸 문건 2장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전시가 야속하다"고 입을 뗐다.

지난 9일 노은시장 청과법인인 ㈜대전중앙청과 소속 중도매인들은 대전시청을 찾았다. 지난 달 30일과 31일에 이은 3번째 궐기대회다. 노은시장에 축협 등 축산물 직판장을 설치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시도 급하게 반박에 나섰다. 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들의 요구가 노은시장 내 일부 법인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게다가 축산물 직판장 입점은 이미 추진 중이므로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다음 날, 중도매인이 건네 준 문건을 다시 꺼내봤다. 첫 번째 문건은 2000년 10월 31일 노은시장 개설추진위원회가 작성한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건설안`이었다. 그 안에는 `축산부류는 생산자단체(축협)입주로 제외`라고 쓰여 있었다. 노은시장 개설 당시 상가 내 입주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축산부류는 축협입주가 확정됐으니 공개입찰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 문건은 2012년 3월 시 도매시장활성화 T·F팀이 작성한 `노은도매시장 활성화 대책 검토(안)`이었다. 시는 문건에서 `대전축협에 대해 수의계약으로 입주시켜 운영토록 하되, 현 운영자와 협의에 따라 추진시기 결정`이라는 검토의견을 냈다. 당시 축산물 점포가 입점해 있는 탓에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축협 입점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더욱이 해당 축산물 점포와의 계약기간은 본래 2014년 말까지였는데 시는 그 사이 동일한 축산물 점포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만료시점은 2019년으로 멀어졌다.

헌데 약속에 대한 시의 답변은 이렇다. 당시 문건은 `안(案)`이었을 뿐, 사업변경이 얼마든지 가능했다는 것이다. 2000년 노은시장 개설도 시가 결정했고, 2012년 구성한 도매시장활성화 T·F팀도 시가 추진했다.

결론적으로 시는 2000년과 2012년 2번, 노은시장과 공식적인 약속을 했다. 또 2번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 사이 17년이 흘렀다. 미루고 지키지 않았던 약속은 중도매인들의 행동으로 옮겨졌다.

약속에서 기역 받침을 빼면 야속이 된다. 시는 기억을 뺐다. 중도매인들이 시를 야속하다고 표현한 이유에 무릎을 쳤다. 취재 2부 김대욱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