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첫 날이면 아버지와 유성온천 내 목욕탕을 찾았다. 새벽녘 눈곱만 뗀 채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갔다. 목욕이 끝난 뒤 마시는 우유의 맛도 꽤나 좋았다. 이른 시간에도 엄청 붐볐던 기억이 난다. 올초 설날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목욕재계라는 풍습 탓일테다. 그들은 오는 추석에도 유성온천을 찾을 것이다.

근래 유성온천이 떠들썩하다. 아쉽게도 좋은 소식은 아니다. 호텔리베라 유성점이 폐업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나서부터다. 30년 가까이 자릴 지켜온 터줏대감이 휘청거리니 그럴 만 하다. 이유는 경영난이다. 모기업인 신안그룹은 호텔리베라 유성점의 적자가 100억원인데다 자본잠식상태 또한 10여년 간 이어져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17일 노-사 간 교섭을 벌여 노조측은 사측이 요구한 연봉제 등을 수용했지만 현재까지 별 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비단 호텔리베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프린스호텔, 알프스호텔, 갤러리호텔, 홍인호텔 등 유성온천 내 관광호텔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주 수입원인 관광객이 줄면서다. 대전 유성구가 지난해 조사한 `유성관광특구 평가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유성구를 찾은 관광객수는 2011년 935만명에서 2015년 536만명으로 절 반 가까이 줄었다. 20여년 전인 1995년에는 1014만명이 다녀갈 정도였다. 허탈하다.

유성온천 관광호텔들의 객실점유율은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업계는 통상 70%가 돼야 손익분기점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나마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목욕탕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다. 온천만으로 고객의 구미를 당기기에는 시대가 변했다. 가까운 지역에는 가족형 휴양지인 워터파크가 생겨나 경쟁력도 계속 떨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관광객 감소는 매출감소로, 이는 재투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유성온천은 대전지역 관광의 근간을 이뤄온 곳이다. 관광특구 지정으로 유성온천은 전국 관광지역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대전시, 유성구도 이제 손을 써야 할 시간이다. 그저 호텔업계의 경영난으로 바라볼 게 아닌 대전 관광의 위기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반세기 대전시민들이 간직해 온 유성온천의 추억이 걸려 있다. 유성온천이 제 2의 도약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할 때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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