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에서 12세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은 가끔씩 아이들이 아무 이유없이 무릎이나 다리가 아프다고 주저앉아 칭얼거리고 심하면 우는 아이를 보았을 것이다. 그럴 때면 "이제 키가 크려나 보다. 네가 크고 있다는 증거야. 이리와 봐. 엄마가 주물러줄게." 이처럼 성장기 때 키가 자라면서 느끼는 통증이 성장통이다. 그런데 우리 성인들은 키는 다 성장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성장통이 진행중이다.

얼마 전 아들은 대학가고 딸은 시집가면서 남편과 둘만 있는 시간이 길어진 60대 초반의 B씨. 처음에는 자녀문제로 신경쓸 일이 사라져 후련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없으니 남편과 이야깃거리도 없고 설상가상 남편과 갱년기 시기가 겹쳐 사소한 일로도 툭하면 싸웠다. 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자녀들이 병문안 올 때마다 "피곤한데 왜 왔어. 집에 가서 쉬어"라고 말했다. 사실 속으로는 `엄마 외롭다. 옆에 있어다오`라고 외쳤으면서 말이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보호자로서의 부모의 역할을 하다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어린 자녀가 부모를 기다리듯 자녀에게 기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필자는 B씨에게 자녀들도 부모에게 독립했으니 이제 부모도 자녀에게 독립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말해줬다.

처음에는 자녀의 일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독립이라 생각했던 그녀는 자신 스스로를 위해 남은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이 진정한 독립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주 가까운 공원에 남편과 산책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주말이면 전국에 있는 장터를 돌기 시작했다. 천천히 연습하다 보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해질 것이다.

마음의 성장통을 잘 이겨내고 있는 전업주부 D씨의 사례도 있다. 자녀들이 중학생이 되자 남편과 자식에게 정성을 쏟는 것도 좋지만 갱년기 우울증에 걸리는 자신을 상상하면 자신의 행복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루에 3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틈틈이 벌어 혼자 배낭여행을 시작해 몇 년이 지난 이후에는 한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했다. 아이들에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도전하는 엄마의 멋진 모습을 보여 줬던 것이다. 이렇듯 성장기 아동에게만 성장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마음의 성장통을 겪는다. 마음의 성장통을 잘 극복하여 순간순간 삶의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가길 기대해본다.

중부대 원격대학원 교육상담심리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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