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대 원격대학원 교육상담심리학과장
중부대 원격대학원 교육상담심리학과장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 B씨와 상담을 하게 됐다. 중학교 3학년 자녀와는 매일같이 전쟁이라고 한다. 이제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새벽 3시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 "너 정신이 있는 거니? 중간고사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그렇게 놀고 있는 거야?"라며 화를 내면 돌아오는 답변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잔소리 좀 그만해!"라는 것이다. 또 가족끼리 모처럼 외식을 가기로 한 날 가족들은 약속된 시간에 맞춰 문밖에 나와 있는데 큰 아이는 늑장을 부리며 모두를 기다리게 한다는 것이다. 화가 난 아빠는 "너는 왜 맨날 그렇게 늦니? 가족들이 다 너만 기다리고 있는 거 안 보여?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나중에 커서 사회생활 할 때도 사람들이 싫어해!"라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 큰 아이는 "별로 시간 많이 안 걸렸는데 왜 그래? 맨날 뭐라고만 해"라며 투덜대고 사사건건 서로 기분이 나쁜 상태로 대화가 중단된다.

반면에 둘째 아이와의 대화는 매우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등교 준비 때문에 늦은 아이가 아침을 먹지 못했을 때 B씨는 "밥 먹고 가면 학교에 늦을 텐데?"라고 말하면 아이는 "5분 여유가 있으니까 그때까지만 먹고 바로 출발할게"라고 답변한다. 또 환절기에 얇은 옷 입고 나가는 게 걱정돼 "감기 걸리면 어떡해. 겉옷 하나 더 입어"라고 얘기하면 이렇게 말한다."가방에 넣어가서 추우면 입을 게요." 큰 아이와의 대화는 서로 지는 느낌이 드는데 작은 아이와의 대화는 둘 다 이기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첫째 아이와의 대화는 서로 원하는 것이 상충되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해결책을 잘 못찾기 때문이다. 엄마의 바람은 너무 늦은 시간까지 하다 보면 다음날 컨디션도 안 좋고 건강이 해칠까봐이지, 컴퓨터 게임을 못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엄마의 바람은 아침 식사를 못 먹게 하는 것이 아니라 등교시간에 늦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약속시간을 잘 못 지키는 아이에게는 약속시간을 10분 당겨 이야기 해주거나 내려오는 시간동안 가족들은 자동차 정리 하는 시간으로 조율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거나 고집이 세다는 얘기는 갈등으로 답답하다는 표현일 것이다. 부모, 자녀 간의 갈등에서 함께 이기는 전략의 시작은 진정 원하는 것을 찾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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