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D씨가 부인과 부부 싸움을 하고 서로 자존심 때문에 한달이 지나도록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속상함을 꺼내놓았다. "그 상황에서 왜 마음이 상했는지 먼저 얘기를 꺼내 보면 어떨까요?"라고 말을 꺼내자 D씨는 통하지 않을 거라고 말을 잘랐다. 연애할 때는 말이 별로 없는 부인이 우직해서 좋았는데 결혼생활을 하다 보니 답답하고 고집이 센 부인 때문에 속상할 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D씨는 얼굴이 환해졌다. "어제 저녁에 집에 갔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반찬이 차려져 있더라구요. 그 상을 보니까 아내에 대한 미움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아내가 마음을 먼저 풀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내가 너무 옹졸하지 않았나 싶은 마음에 저도 오늘 출근하면서 말없이 아내의 등을 두드려주었죠." 말은 안 하지만 부인은 무슨 마음으로 진수성찬을 차렸을까? `당신이 나 아니면 누구한테 이런 진수성찬을 받겠어?`라는 마음일지 아니면 미안한 마음을 말로 표현 못하니 행동을 보여준 건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아내가 먼저 자존심을 내려놓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직선적이고 다혈질 성향을 가진 직장 상사와 함께 일하는 B씨는 얼마 전 상사와의 작은 오해로 일이 한번 크게 터졌다. 전화상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고성이 오고가고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상사는 전화를 하다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끝까지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상사가 너무 밉고 억울해서 당장이라도 사표를 쓰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때 B씨는 예전에 상담을 하면서 배웠던 이완훈련법을 떠올리며 크게 심호흡을 하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하나만 생각하자. `이 상사를 진정으로 이기고 싶다면 나의 자존심을 버리고 먼저 다가가자.` 이런 생각을 하고 용기를 내어 상사의 방문을 두드리고 다시 들어가 이성의 말보다 감성의 말로 다가섰다. "저 때문에 마음 많이 상하셨었죠. 본의 아니게 마음 상하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말을 꺼내자마자 상사의 얼굴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내가 끝까지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는데 성급하게 전화를 끊어서 자네도 기분 나빴을 거야. 그런데 이렇게 자네가 와줘서 고맙네."

정말 상대를 이기고 싶다면 순간의 나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져 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 아닐까?

중부대 원격대학원 교육상담심리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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