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국 지도 데이터 접근 제한 혁신의 흐름 역행 주장은 과장

지난 10년간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지도반출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구글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BMW, 지금의 히어의 모체가 된 나브텍 등의 해외 기업들도 반출을 요청한 바 있었다. 이러한 지도 반출의 요청에 우리 정부는 단호하게 불허하였다. 그러나 유독 구글의 지도반출 요청에는 결정을 유보하면서까지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구글이 전 세계적으로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 구글어스가 공개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최근 알파고(AI), 자율주행자동차 등 구글이 세상에 내놓은 기술은 세상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구글은 이것을 혁신이라고 말한다. 우리 또한 이것이 혁신이라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도 반출을 통해 구글이 우리에게 제공하고자 한다는 서비스가 과연 혁신일까.

지난 달 개최된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토론회에서 구글 관계자는 한국에 선보이고 싶다는 기능들이 내비게이션, 자전거 및 도보 길 찾기, 실시간 교통정보, 실내지도, 3차원 지도 등이라고 하면서 전 세계 200개 국가 중에 유일하게 지도반출이 되지 않은 우리나라만이 서비스를 제공 받고 있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들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우리가 사용해오고 있는 서비스로 이를 가지고 혁신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에서 제시한 방법인 서버를 한국에 두고 애플이나 바이두와 같이 서비스를 제공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구글은 무조건 지도 데이터 자체를 가지고 가서 자신의 서버에 넣어야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사회는 기계중심의 사회에서 정보기술(IT) 중심사회를 거쳐 데이터 중심사회로 변화되고 있다. 이는 데이터 활용능력이 경쟁력을 결정하고 데이터가 독립적인 자원으로 존재하는 지능사회를 일컫는다. 또한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으로 각광 받고 있는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구글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기술적 변화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구글 생태계를 확고히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지도인 것이다.

지도는 이러한 데이터를 표현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이자 데이터 그 자체이며,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신기술에 있어 필수적인 데이터이다. 지도를 플랫폼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지도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구글은 지도 데이터를 자신이 직접 소유하고 아무런 제약 없이 이용하길 원할 것이다. 그 어느 국가보다도 잘 만들어진 우리의 정밀한 지도를 아무런 투자 없이 가져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과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구글은 우리 정부에 반출을 불허한다고 국가안보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지도반출을 불허하고 있어 오히려 세계적 혁신의 흐름에 뒤처질 것이라고 압박하듯 말한다.

그러나 2015년 UN-GGIM(유엔 글로벌공간정보관리위원회)과 ISPRS(원격탐사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중국, 한국 등 31개 국가가 지도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물론 이 결과가 반드시 지도 반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지도반출 제한과 관련 있을 것임은 분명할 것이다. 또한 구글이 국내 지도서비스를 위해 제휴 중인 SKT는 수준 높은 지도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지도서비스 수준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초적이다. 구글이 한국에서 지도서비스를 못하는 것인지 안하는 것인지 의심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진정 우리나라가 지도반출 불허로 인해 뒤처질 혁신을 우려한 것이라면 지도반출의 의지에 대한 진실을 말해주길 바란다. 때로는 진정성 있는 말 한마디가 상대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손영택 공간정보산업협회 공간정보 기술연구원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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