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 가는 길 >> 9일부터 천안예술의전당

 손현주作 '붉은바다 Ⅱ'
손현주作 '붉은바다 Ⅱ'
"작가가 끌어내는 버려진 오브제 사진들은 환경 대 인간의 이분법이 아닌 섬사람들의 삶이자 희망이고 안도이다. 우주의 신진대사로서 쓰레기는 섬과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담화 매개이다. 쓰레기에서 우주를 보는 겸허함이 손현주의 사진 속에 있다."

사진작가 손현주의 안면도 사진 특별전 '섬으로 가는 길 : A Passage to the Island_Odyssay in Anmyeondo'가 9월 9일부터 25일까지 충남 천안 동남구 천안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지난 2010년 자신의 고향인 충남 태안군 안면도로 돌아간 이후 그동안 섬을 돌며 찍은 사진과 현대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해 온 영상과 페인팅, 설치작업 등을 선보여 작가의 예술적 변곡점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작가는 섬이라는 매개를 통해 관객과 손을 잡고 같이 호흡하기를 원한다. 작가의 섬이 아니라 개인 섬을 꺼내놓고 '오래된 미래'를 반추해보는 시간을 갖자고 말하는 것이다. 기존의 정적인 사진전과 달리 이번 전시는 역동적이다. 2개의 전시관에서 3개의 영상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2층 전시장에 전시되는 사진 '붉은 바다' 앞에는 '바다로 가는 길'이라는 설치작품이 놓인다. 이 작품을 위해 작가는 실제로 어린 시절 바다를 가던 그 길을 재현해 놓았다. 안면도 두여 해변에서 모형을 뜬 다음 그만큼의 모래를 가져왔다. 모래와 자갈을 설치해 놓고 관객들이 맨발로 그 길을 걸어보도록 유도한다. 백사와 자갈을 지나면 10m 짜리 거대한 '붉은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또 3층 전시장에는 작가의 핵심 테마인 부표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부표는 어부와의 사이에서 '바다로 통하는 비밀의 문'이다. 물 위 부표와 연결되어 있는 줄을 따라 수면으로 내려가 보면 양식장이 나오거나 어부가 그물을 던진 위치나 갯벌에서는 항로를 표현하는 깃발 역할을 한다. 그 부표가 끊겨 섬으로 흘러들어와 쓰레기가 되는 순간 부표는 부표로서의 기능과 생명을 잃는다.

하지만 작가는 섬으로 흘러들어온 부표를 채집, 전시장 천장에 달아놓는다. 천장에 부표가 매달려 있다는 것은 전시장이 바닷속이라는 상상을 갖도록 교묘하게 설정해 놓은 그물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가 단순히 보여주기용 전시가 아니라 관람객들과 소통하면서 섬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보자고 말한다. 작가의 전시가 아니라 관객이 느끼고 치유받을 수 있는 '힐링 섬'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손 작가는 "카메라라는 사각 프레임 속에 절제해 담아내는 사진작업은 내 몸의 세포들을 경직하게 한다"며 "그러나 내 몸에서 에너지가 돌아 토해내는 페인팅 작업들은 직접적인 표출이라는 점에서 그 통로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양한 예술적 통로는 관객들에게 좀 더 깊게 이해하는 즐거움과 희열을 준다"며 " 사진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회화에서부터 설치와 영상 등 예술가들이 접근하는 표현의 장르들은 매체만 다를 뿐이지 모두 시대를 반영하는 코드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