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자신보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세상 고통을 나누고 보듬는 마음 퍼지길

신부님들을 위한 어떤 강의에서 강사가 "한국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뭘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후 그 강사는 "여러 조사들을 종합해 봤는데, 첫째는 `건강`이었고, 두 번째는 `가족`, 세 번째는 `재산`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 혹은 신앙은 몇 위쯤 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종교는 5위였다는 설명을 했다. 그 만큼 현세적 가치가 종교적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조사였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아마도 재산이 세 번째인 것은 체면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다르겠지만, 종교적 가치 혹은 종교적인 가르침이 우리 삶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한국갤럽이 2014년 4월 전국(제주도 제외)의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에게 현재 종교를 믿고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50%는 `믿는다`, 나머지 절반은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50% 종교인의 분포를 보면, 불교는 22%, 개신교는 21%, 천주교는 7%였다, 이 결과로 볼 때, 천주교와 개신교를 합치면 28%다. 천주교와 개신교 이외의 그리스도교를 합치면 더 많아지겠지만, 한국에는 적어도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전체인구의 28%, 4명에 한명 꼴로 그리스도인인 셈이다. 대개는 알고 있는 통계지만, 우리 사회에 그리스도교적 가치가 적어도 28%만큼 반영되고 있을까 하는 점에는 의문이 생긴다.

사람들은 가치관에 따라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리고 다양한 환경에 의해서 가치관이 형성되는데, 그리스도인이라면 그 안에 예수님의 가르침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의 가르침의 핵심은 `하느님의 나라`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하느님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시는데, 특별히 가난한 사람, 고통 받는 사람들을 더 사랑하신다는 것에 대한 다른 표현이다. 이런 하느님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어머니를 떠올려 보면 된다. 어머니는 여러 자식들 중에 넉넉한 자식보다는 부족하고, 힘들어하는 자식을 더 많이 사랑하신다. 아마도 장애가 있는 자식이 있다면 온전히 그 자식에게만 마음을 쓸지도 모른다. 하느님께서 이렇게 세상을 사랑하신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바로 `하느님의 나라`다.

그리스도인이 28% 포함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 `하느님의 나라`의 가치가 얼마나 표현되어 있을까. 물론 세상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렇게 이 사회가 유지되고 서로 연대하고 공감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28%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나라`의 가치를 제대로 일상생활에 반영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세상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 여러 가지 이유로 상처받고 억울해하는 사람들,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살아가고 있을까.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마음,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일,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의 고통을 바라보는 일이 곧 그리스도교적 가치가 우리의 가치관에 반영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고통, 세상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 사회의 시선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나의 태도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의 태도에 하느님의 시선, 예수님의 가르침인 `하느님의 나라`가 포함되어 있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종교적 가치를 내 생활방식에 포함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스도교적 가치관에서 중요한 관점 중에 하나는 고통을 바라보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어떤 분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몸의 중심이 어디인지 아세요. 가슴 혹은 머리를 생각하셨죠. 몸의 중심은 아픈 곳이에요. 어디가 아프면 온갖 신경이 그곳으로 향하잖아요. 이 사회의 중심도 아픈 곳, 아픈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이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라면, 아파하는 곳, 아파하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예수님의 가르침인 `하느님의 나라`를 살아가는 28%의 그리스도인들을 통해서 말이다.

박제준 천주교 대전교구 한끼 100원 나눔운동본부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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