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택 대전시장이 어제 시청 중회의실에 간부 공무원들을 불러모아 쓴 소리를 한 모양이다. 권 시장은 이 자리에서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로부터 가장 듣기 싫은 소리가 대전시 공무원이 안 움직인다는 것"이라고 운을 뗀 뒤 " 내년도 예산 계획 수립 등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인 만큼 중앙부처와 전방위적으로 접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돼 있다.

권 시장의 발언 수위가 이 정도였으면 꽤나 갑갑했다는 얘기다. 시본청 실·국장급 직위에 오른 간부 공무원이라면 국비확보 및 대응 전략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다. 광역자치행정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매년 국비 확보에 사활적으로 임해야 한다. 첫 단추는 소관 부처의 내년 예산안에 대전시 핵심사업들이 편성되도록 하는 일이고, 그리고 나서는 주무 부처인 기재부를 공략해야 한 고비를 넘기게 된다. 지금 이런 예산 작업이 부처별로 한창이며 기재부가 최종적으로 내년 예산안 얼개를 짜기 시작하는 과정에 있다면 대전시청 분위기는 일찌감치 비상국면을 방불케 했어야 한다.

거꾸로 기재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사람들이 '시공무원들이 안 움직인다'고 단정했다면 권 시장의 질타와는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 공직사회의 작동, 공무원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성 등 측면에서 어딘가 고장이 나있다는 시그널일 수 있으며, 때문에 대강 얼버무리고 넘어가려 들면 곤란하다. 설령, 권 시장의 핵심 발언이 간부 공무원들을 독려하고 자극을 주기 위한 의도를 깔고 있다고 해도, 대체로 시 공직사회가 처지고 활력이 떨어진 인상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전시 공직사회가 이런 조직 문화와 풍토에 안주한다면 타시도 꽁무니만 쫓다 끝나기 십상이다. 국책사업 유치 경쟁에서 밀리기만 하고 변변한 대형 프로젝트도 안출 못하는 대전시라면 150만 시민들은 고단해지게 된다.

시공무원들의 공록은 시민 세금에서 나간다. 대신 열정적으로 일해 성과로써 보답해야 한다. 지역경제에 온기가 돌게 해야 하고 공동체 삶의 질을 높여주면 도리를 다하는 것이고, 그냥 해태(懈怠)한다면 '배임' 행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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