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 산술적인 대상 전락 정부차원 정책적 방안들 한계 결혼·출산 문화적 분위기 조성 감성적 대안 모색 적극 나서야

우리나라가 당면한 `저출산`의 문제는 난제 중의 난제임에 틀림없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는데, 위원장이 대통령이고, 기획재정부장관 등 12명의 정부위원과 9명의 민간위원이 그 구성원인 것만 보아도 위원회의 위상과 다루는 문제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14년 기준 1.21명으로 OECD 국가중 최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 한국은 앞으로 경제활동인구의 부족과 그로 인한 경제활력의 저하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언젠가는 지구상에서 나라 자체가 소멸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정부가 문제를 깊이 인지한지도 10년 이상이 되었고, 그에 따라 투입된 총 예산도 무려 10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출산의 원인은 고용, 주택, 교육, 육아, 양성평등 등 한국사회의 전반적 복지문제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되었고, 대책의 마련과 시행에 있어서 연관되지 않는 부처가 없을 정도로 저출산의 문제는 복잡하다. 게다가 저출산은 일반국민들도 그 해법을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로 장기적 공공 아젠다로 자리잡은 한국의 보편적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다방면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정부가 돈도 많이 썼는데 그 성과는 왜 나아지지 않는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볼 수 있다.

필자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진단해 보고자 한다. 현재의 지배적 접근에 의하면, 저출산은 당사자들이 출산을 감히 결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사회경제적 제약요소들 때문에 나타난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고, 주택 값이 비싸서 결혼 엄두를 못내고 결혼을 못하니 저출산이 되고, 결혼을 해도 육아나 교육환경이 어려워서 자녀를 마음 놓고 낳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가임여성이 출산을 기피한다는 진단에 의해 정부는 출산장려금, 보육료 지원, 기타 다자녀 혜택 제공 등의 정책을 시행해 왔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의 여러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도 당사자들의 합리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얼마 안 되는 지원금들이 자녀를 낳고 기르는데 드는 비용을 얼마나 덜어주겠는가? 자녀양육에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비용 또한 수없이 많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의 하나는 결혼과 자녀에 관한 한 비합리적 사고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은 사랑에 눈이 멀고, 너무 자주 보고 싶은 나머지 결혼을 하고, 남의 아이들을 보면 사랑스러워 자신들도 아이를 낳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저절로 생겨야 한다. 이것은 곧 사회에 결혼과 출산에 관한 호의적 문화가 조성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지금 고심하고 있는 저출산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근대화되면서 가지게 된 사람들의 합리적 사고방식의 확산에서 비롯된 바 크다. 전통사회에서 낭만적이고 신성하게 여겨졌던 결혼과 출산은 산술적 계산의 대상으로 전락하였고 특히 출산은 기술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지난달 19일 정부가 발표한 제3차 저출산 고령화 정책 중 정부의 처녀 총각의 단체미팅 주선 등을 `개그콘서트 아닌가`라고 비판한 한 야당 고위 인사와 의견을 달리한다. 여러 지방정부가 앞 다투어서 미혼 남녀 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활동, 아기의 출산을 지역신문에 알리고, 출생기념 나무를 심고, 출산친화 동요제를 하는 등 출산 및 양육의 의미를 고양시키려는 활동들은 젊은 남녀들의 출산억제적 마음을 부드럽게 하려는 출산에 대한 감성적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감성적 접근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결혼과 출산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계산마인드를 순화시켜 저출산의 극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저출산에 관한 그간의 정부 정책들은 대부분 경제적이고 합리적 접근에 근거한 것으로 선진국의 조건을 갖추어 나가는데 필수적인 것임에 분명하나, 이제 정부는 이러한 접근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와 한계를 성찰하고, 그간 정책에서 덜 강조되었던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비합리적 접근의 대안들도 적극 개발하여 활용하길 기대해 본다.

윤주명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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