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자·지자체 네트워크 재학생들 구매 참여 유도 유통 편리·탄소배출 감소 도·농 상생의 길 열어가야 "

요즘 지방자치 현장에서 그리고 행정학 연구에서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못해 뜨거울 정도다. 각급 지방자치단체는 너나할 것 없이 로컬푸드를 지원하는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말로 `지역식품`으로 단순히 번역할 수 있는 로컬푸드가 한글이 아닌 영어발음 그대로 굳이 통용되는 것은 이 용어가 단순한 일반명사가 아니라 여러 가지 뜻을 담은 사회 운동적 성격의 용어임을 시사한다. 로컬푸드는 간단히 말해 지역농산물의 소비를 선호하자는 운동이다. 로컬푸드 즉 지역농산물을 선호하는 고전적 이유로는 농산물의 원거리이동을 제한하여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지구적인 큰 명분 외에 유통경로를 줄여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지역농민을 지원하여 질 좋고 친환경적인 농산물 생산을 독려하는 것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덧붙여 현시점 한국에서 로컬푸드가 가지는 의미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한국사회는 그간 고도 도시화를 향해 치닫다가 이제는 그 정점을 찍고 역도시화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는데, 도시민의 귀농·귀촌 움직임이 그 단적인 예이다. 여기서 로컬푸드는 귀농·귀촌인들이 농촌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방향을 제시해 준다. 둘째, 한국사회는 이제 효과적인 농업생산을 위한 생산자 공동체 뿐 아니라 도시속의 고독한 익명의 개인을 지양하는 도시내 `마을만들기` 까지 추구하는 공동체 회복운동을 활발히 진행하는 중이다. 이 때 로컬푸드는 농촌의 생산자 공동체의 산출물이 되며, 도시주민공동체의 공동 소비 농산품이 된다.

끝으로 우리는 사회적 기업의 확대와 성장에서 보듯 순수한 경제논리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데서 이제는 따듯한 시선과 마음을 가지고 시장을 대하는 새로운 조류를 경험하고 있다.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도 그러하거니와 로컬푸드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 경제논리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로컬푸드는 그간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어오던 우리나라 농산물의 설자리와 활로를 열어주는 한국 농업의 희망이다.

이제 필자는 위와 같은 시대적 중요성을 갖는 로컬푸드의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지방대학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 제안의 요체는 이런 것이다. 한국에는 수도권 외의 대학 즉 지방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수가 어마 어마하다. 2012년 기준 충청, 전라, 강원권 대학생 총수는 100만 명이 넘고 충청권만 해도 53만 여명이나 된다. 이들 지방대학 재학생 중에는 수도권 또는 대도시에 거주하면서 매일 통학하거나 주말에 또는 일정 주기로 귀가하는 학생들이 상당하다. 이들이 만약 자신이 속한 대학 주변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를 구매하여 귀가하고 그 가족이 로컬푸드를 이용한다면 대학 주변 농촌지역의 로컬푸드는 발전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통학버스승차장 부근 등에 로컬푸드 매장을 설치해야 하고, 지역사회 로컬푸드 생산자단체·지자체·대학 간의 네크워크가 필요하다. 이 방식은 식품이동거리 즉 푸드마일리지를 높이기는 하지만 추가적 탄소배출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필자가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지인들과 대화해 본 결과 실행상 가장 문제가 예상되는 것은 매장을 관리하는 인력과 그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익성이 문제였다.

이에 대해 자원봉사자의 활용, 대학의 근로장학생 지원 등을 생각하고 있다. 도시 출신 학생이 지방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은 매우 귀하고 의미 있는 인생체험이 될 수 있다. 대학 재학중에 전원생활을 즐기고, 농촌의 로컬푸드 생산현장을 견학과 봉사 등으로 체험하고 나아가 질 좋고 안전한 로컬푸드를 소비한다면, 지방대생들은 수도권 대학생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고급의 삶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도시와 농촌의 상생에 대학생들이 직접 기여하는 필자의 로컬푸드 활성화 방안이 여러 지역의 지방대학에서 다투어 실행되길 소망해 본다.

윤주명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