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 늘어도 행복엔 영향없어 일한만큼 부자되는 사회 요원 상생·나눔실천 '복지' 밑바탕 협력·연대의 가치 되새겨야 "

미국의 경제학자 이스털린이라는 사람이 주장한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이라는 것이 있다. 소득이 일정수준에 이르고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의 증가가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몇 년 전 충남발전연구원에서 `행복한 삶: 경제적 가치를 넘어`라는 주제의 국제 콘퍼런스를 주최했었다. 여기서 일본 내각부의 웰빙 측정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오사카 대학 나오토 야마우치 교수도 비슷한 발표를 했다. 일본에서 1990년 이후 1인당 GDP는 증가했지만 국민의 삶의 만족도는 하락하는 이스털린 역설이 확연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고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외적인 위상은 올라갔지만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수출은 3배가 늘었고, 국민소득은 2배 증가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달파졌다.

한국산업연구원의 `한국경제의 가계, 기업 간의 소득 성장 불균형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IMF 경제위기 이전 한국경제 성장기(1975-97년)에는 가계 및 기업소득이 각각 연평균 8.1%, 8.2%의 증가율을 기록하여, 기업의 성장과 가계소득이 `동반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2000-2010년 기업소득은 연평균 16.4% 증가한 반면에, 가계소득은 연평균 2.4% 증가에 그쳤다. 국민소득의 대부분이 기업에 돌아갔다.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희망을 갖기가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지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복지예산도 2013년 100조 원을 넘어섰다. 현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서 5년간 79조가 더 필요하지만 세입, 세출 구조의 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면서 "증세 없는 복지"를 천명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낮은 조세부담률로 복지재정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우처 방식이나 서비스 구매계약 방식을 통해 비용의 효율성을 도모했지만 적용범위가 제한적이고 적용을 위한 정확한 규정도 마련되지 않고 보니 그 실효성이 낮았다.

따라서 비용절감이나 효율화 등의 방법이 아닌 수요에 부합하는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기부 문화 조성은 공익적 목적을 위한 자발적 기부로 지난 10년간 2.4배나 증가했으나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작은 규모이며, `우리끼리 문화`로 인해서 제3자에 대한 기부가 익숙하지 않아서 일회성 기부가 대부분이라는 한계가 있다. 또한 CSR(기업의 사회공헌 사업)도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업에만 집중해서 명실상부한 사회공헌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국내외적으로 복지국가 위기와 저성장에 따른 복지재정의 확대 제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경제에 주목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이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을 통해 상생과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복지와 함께 갈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그동안 돌봄사업을 시장에 개방하면서 드러난 천박한 시장화의 문제는 아직도 사회적경제와 사회복지를 연결시키려는 사람들에게 걸림돌로 작용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 영역은 주민조직화 사업과 마을 공동체 건설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결정적인 변수다.

복지 당사자의 자주적인 삶과 지역사회의 공생성을 확장하는 것이 사회복지의 근본이라면 사회적경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가치이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은 그 근본에 협력과 연대, 상생의 가치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의 폐해로 인한 심각한 소득의 양극화 문제, 청년 실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도 사회적경제에서 찾아야 한다.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제주도, 충청남도, 전주시, 아산시 등 광역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초지자체들도 사회적경제 부서를 설치하고 힘있게 추진하려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윤기 충남사회경제 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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