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의 특성·문화 이해하고 업종들끼리 '협동' 노력 필요 질좋은 제품 판로 확보 문제 인재발굴로 협력토대 구축 "

사회적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물론 다양한 조건들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경제 기업의 측면에서만 이야기한다면 이러한 물음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분명한 소셜 미션과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제시하고 있다. 소셜 미션에 대해서는 사회적기업이 자신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고, 지역을 들여다보면서 아직 미해결된 과제들에 대한 철저하고도 치밀한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회적기업이 속한 지역에 대한 통계나 수치 등의 정보를 넘어서는, 지역이 가지는 특성과 문화를 이해해야만 한다. 때로는 그 지역의 주민들과 동화되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보는 모습은 어떤 업종이 잘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그 업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제 살 깎아먹기의 전형을 보는 씁쓸함이 우선 생각난다. 어디가 잘된다고 하면 자신의 능력이나, 지역의 상황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 모방이나 사업의 유발효과에 대한 분석 없이 같은 업종끼리 경쟁하는 데에 따르는 부정적인 행태이다. 여기서 필요한 일은 '경쟁'이 아니라 서로의 전문성을 교류하고 지역의 업종에 대한 혁신을 이루어 내는 '협동'이다. 협동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때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가능해지는 일이다. 세 번째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규모는 GDP의 약 0.1% 정도로 아주 미미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10개 이상의 정부부처에서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을 펼 정도로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제 전체가 저성장 국면에서 사회적기업처럼 작은 기업이 발전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협동의 경험이 일천한 것도 사회적경제 조직의 성공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이러한 가운데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발전하려면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일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에서 인재를 육성하고,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며, 사회적경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어야만 할 것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일은 사회적경제 기업이 정부와 일반 기업이 생산하지 못했던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재구매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내는 일이다. 정부나 중간지원기관이 아무리 좋은 정책과 대안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업을 성공시키는가, 실패하는가는 전적으로 그 사회적기업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간담회나 워크숍에 참석해 보면 지원이 부족하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판로 확보가 안 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물론 지자체나 중간지원기관의 지원이 부족한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성패는 사회적경제 기업의 주체적 역량에 달려 있다. 따라서 지원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구체적으로 적시해서 제안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 내의 의사결정구조에 있어서도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한 구조가 단순히 사회적경제 기업을 인증받기 위한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위험 분산의 효과나 다양한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는 사회적경제의 빠른 성장을 위해 지나친 밀어붙이기식의 사업 방식보다는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를 위한 토대를 쌓아가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사회적경제 조직이 미약한 시군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모든 것을 대행하거나 반대로 무관심하기보다는 그 지역의 주체로 세울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함께 협력적 토대를 구축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한편, 10개 이상의 중앙부처에서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여당과 야당이 모두 사회적경제 기본법을 발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한 충남에서 사회적기업이 가장 많은 지역인 천안시에서 지역경제과 내의 사회적기업팀을 사회적경제과로 승격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팀에 합병하겠다는 발표를 했다고 하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윤기 충남사회경제 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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