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우주공학자'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우주청 개청, 국제 우주산업 무대서 한국 입지 강화"
"항우연 축적 기술 산업체 이관…민간 우주산업 육성"
대담=황해동 디지털뉴스3팀장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항우연 제공

독자적인 누리호와 달 궤도선(KPLO)을 넘어 2045년 화성 착륙에 이르기까지, '우주 개발'을 향한 우리나라의 야심찬 목표가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우주산업을 육성할 3각(대전·사천·고흥) 클러스터를 공식 출범한 데 이어, 5월이면 국내 과학기술인들이 손꼽아 기다려 온 '우주항공청'도 모습을 드러낸다. '우주산업 100조 원' 시대를 향한 정부의 포부가 남다르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우주시장 세계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주개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글로벌 무대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산업체를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45년까지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25만 개가 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단 청사진을 내눴다. 한강의 기적, 반도체의 기적에 이은 '우주의 기적'을 일궈낼 수 있도록, 과감한 지원과 투자도 절실한 시점이다.

40년 가까이 항공우주 연구개발 외길을 걸어 온 '1세대 우주공학자'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원장은 "우주항공청 개청은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사상 중대한 이정표를 세운다고 볼 수 있다"며 "지난 30여 년간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중심으로 선진국 추격 형태의 '1단계' 연구를 해왔다면, 우주항공청 설립 이후는 세계와 본격 경쟁하는 '2단계'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주항공청 역할에 대해서는 "우주개발 생태계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우주산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경쟁력 있는 산업체를 육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우주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들을 주로 해외에서 도입해왔지만, 앞으로는 국내 산업체가 이러한 부품들을 자체 제작할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도 수출할 수 있는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원장은 "우주항공청이 개청하면 국방, 외교,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우주개발 필요성을 통합적으로 조율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 우주산업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를 표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항우연 제공

이 원장은 지난 2021년 3월 23일 취임해 최근 3년 간의 공식 임기를 마쳤다. 항우연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정관 개정에 따라 후임 원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직무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아직 NST 소관인 항우연은 우주항공청 개청 이슈 등으로 인해 차기 원장 선임 계획이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우주항공청 개청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그의 어깨에 올려진 책임도 막중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목표로 한 5월 27일쯤 우주항공청이 개청하면, 항우연은 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를 떠나 우주항공청 소관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에 따른 항우연의 새로운 역할 정립과 기관운영 계획 수립 등 다양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원장은 "지난 한 달간 우주항공청 설립을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기관운영 부문과 연구전략 부문을 세심하게 준비해 왔다"면서 "향후 우주항공청에도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정책과 계획 수립, 예산 확보, 국내외 협력 강화, 우주항공 인재 양성 등의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항우연은 연구개발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우주항공청을 지원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항공청 개청 후에는 "그동안 축적한 핵심 기술을 산업체에 이관하고, 국내 우주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우주경제 시대에 중심이 되도록 항우연이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의 역할 구분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우주항공 사업의 주관은 산업체로 이관하고 항우연은 우주탐사 등 국가 지정 특정 임무체계 개발, 미자립·미확보·미래핵심 기술 개발, 기술 패권 시대 핵심인 전략기술 확보, 도전·선도형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견해를 밝혔다.

우주항공청 인재 영입에 대해선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처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금전적 보상을 넘어 직무 만족도, 성장 기회, 근무 환경의 질 등을 포함한 처우를 제공한다면 우수한 인재들을 우주항공청에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시하고 시도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이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창의적 시도를 적극 장려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실패를 성장과 학습의 기회로 여기는 문화가 혁신을 촉진하며, 이는 결국 우주항공청의 성공적인 미래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항우연은 최근 수년 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독자적인 달 궤도선 다누리 등을 성공시키며 우리나라를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발돋움시켰다. 앞으로는 차세대발사체와 달 착륙선 등 더 고도화된 우주개발 임무에 도전한다. 이 원장은 "지난해 달 착륙선에 활용될 차세대발사체 개발에 착수해 올해 하반기에는 차세대발사체 기본형상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차세대발사체는 누리호보다 성능이 약 3배 이상 향상된 발사체로, 개발 난이도는 높지만 누리호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대표 발사체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항우연은 달 탐사와 관련해 앞으로 2030년 달 궤도투입 성능검증위성, 2031년 달 연착륙 검증선, 2032년 달착륙선 등 3번의 발사를 더 진행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달 착륙선 사업은 2024년부터 2033년까지 개발기간 10년, 총 사업비 5303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지난해 10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아마도 올해 달 착륙선 프로젝트의 착수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미래 우주탐사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심우주탐사 궤적 연구, 중대형 액체발사체 해상 발사 연구, 우주태양광 발전 기초기술 연구, 심우주탐사용 원자력 추진기관 연구 등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우주강국 시대를 이끌 후배 과학자들에게 메시지도 남겼다. 이 원장은 "우주 분야 연구는 평생을 바쳐도 완성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능성이 무한하다"며 "크게 꿈꾸고 꾸준히 (연구)하기를 바란다. 적어도 '스페이스X 보다 더 크게 해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1984년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동 대학원에서 항공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프랑스 폴사바티에대에서 1990년 자동제어(우주응용)학 석사, 1993년 자동제어(우주응용)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부터 현재까지 항우연에서 재직하며 부원장, 달탐사사업단장,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 항공우주시스템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황해동 기자 happy2hd@daejonilbo.com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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