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 과학기술 1번지 대덕특구]
1973년 출범 후 내년 50주년…시, 재창조 사업 추진
반세기 세월에 시설 노후화·정주여건 부족 등 한계
대전과 대덕특구는 남남? "지역과 소통·교류 늘려야"
특구 재창조는 국가발전 위해 필수 "정부 적극 나서야"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사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한국 과학기술 1번지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가 내년 출범 50주년을 맞아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덕특구는 정부가 1973년 당시 충남 대덕군 일대를 대덕연구학원도시로 지정하면서 출범했다. 이후 수십년간 국가 혁신성장을 이끌며 국내 최대 원천기술 공급지로서 '과학기술의 터' 역할을 해왔다. 사통팔달 교통 중심지인 대전을 '과학도시'로 발돋움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대덕특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정부출연연구기관 16개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업 2200여개(2020년 기준), 민간 연구소 등 각종 연구개발(R&D) 인프라가 몰린 국내 최대 R&D 집적지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시대를 대응할 인공지능, 5G, 바이오, 반도체, 로봇, 양자, 우주 등 국가 필수전략 기술 개발을 선도하며 국민 삶의 질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韓 과학기술의 터, 50년 세월에 노후화 한계 = 대덕특구는 공공 R&D의 선봉에서 자리를 지켜왔지만, 반세기 세월을 보내면서 여러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시설·장비가 노후해졌고, 풍부한 녹지에 비해 기업 입주공간과 문화편의시설, 대중교통, 정주여건 등이 부족한 것도 한계다. 폐쇄적인 구조 탓에 '외딴 섬'이라고도 불린다. 수많은 출연연이 들어서 있는데도, 독서실 칸막이처럼 공간이 단절돼 있어 연구기관간 교류·협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이에 시는 과학도시 대전에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대덕특구 재창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계획해 놓은 34개 과제 중 우선순위를 추린 뒤,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융·복합 연구를 위한 공간과 창업 지원, 우수인재·기업 유치, 과학문화 프로그램 등을 골자로 세부 계획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대덕특구 전경. 사진=대전일보 DB


◇'외딴 섬' 대덕특구, 지역기업·원도심과 시너지 중요=전문가들은 대덕특구의 미래 50년을 위해 반드시 '벽이 허물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덕특구는 그동안 갑천에 가로 막힌 외딴 섬이자, 대전이 아닌 '대덕'으로만 통용돼 온 것이 사실이다. 지역균형발전이 중요한 이때 사통팔달 대전에서 대덕특구와 지역 인프라가 교류·소통을 확대한다면 글로벌 일류 경제도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은 "대덕특구가 국가 혁신성장을 견인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대덕특구를 품고 있는 대전은 광역시 중에서도 경제 하위권에 가깝다"며 "지방소멸 가속화와 수도권 집중화, 인재유출이 심화되는 만큼 출연연의 연구성과와 첨단기술이 지역의 청년 창업과 기술사업화,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덕특구와 대전이 서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취임 이후 대전상의를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연기회)에 가입시킨 바 있다. 지역기업의 자본과 노하우, 특구의 과학기술 자원이 어우러진다면 상당히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회장은 "대덕특구와 지역기업들이 물리적·문화적으로 화합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늘려야 한다"며 "추후에는 제조업이나 건설업계가 아니더라도, 대덕특구의 주요 핵심 동력인 바이오 기업에서도 상의 회장을 배출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김장성 연기협 회장(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대덕특구가 신기술·신산업을 창출하는 테스트 베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며 "지역과의 상생도 필요한 만큼,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해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폐쇄적 구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도심과의 시너지도 필수다. 박희조 동구청장은 "원도심은 그동안 대덕특구가 가진 인적·물적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동구에 건립될 국제화센터에서 대덕특구의 우수한 인력을 활용한 과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동·서 교육격차 해소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출연연 특구센터 설립 시 원도심 내 건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등 민선 8기에는 대덕특구와 원도심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대덕연구단지에 첫 입주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사진=특구재단 제공

 

◇'대덕특구 재창조' 중앙정부 적극 지원 나서야 = 과학기술이 국력의 척도가 되는 지금, 공공연구개발의 산실인 대덕특구를 재창조하는 사업은 단순 대전만이 아닌 국가 전체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병삼 연구개발특구재단 이사장은 "국가과학기술 역량 측면에서 과학기술을 선도한 대덕특구의 재창조 사업은 매우 중요하다"며 "대전만이 아닌 국가차원의 사업인 만큼, 관심과 지원 속에서 추진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유성갑)은 "대덕특구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상징과 같은 곳이기에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재창조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부처와 대전시가 협업해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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