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1팀 김소연 기자
취재1팀 김소연 기자

최근 SPC삼립 직원이 산업재해 조사를 진행하던 노동청 감독관의 감독계획서를 몰래 유출한 것으로 밝혀져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 직원은 감독관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서류를 뒤지고 무단 촬영해 SPC삼립 본사에 공유했다. 유출된 감독계획서에는 노동청의 감독 일정과 감독반 편성, 전체 감독 대상 사업장 64곳의 목록 등이 적혀 있었다.

이에 SPC삼립은 고용노동부가 이 사건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지 12시간 만에 사과문을 냈다. 황종현 SPC삼립 대표는 "당사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해당 직원은 즉시 업무에서 배제했고 경위가 확인되는 즉시 징계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SPC그룹은 이번 일을 과잉충성한 직원 개인의 일탈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인의 일탈 여부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회사를 위해 정부의 공문서까지 뒤질 수 있는 직원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SPC삼립이 사과문을 배포한 시점을 놓고 고용노동부가 감독관 문서 유출 사실을 인지하기 전까지 쉬쉬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표한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의심은 사과의 '진정성 여부'로까지 번졌다. SPC그룹은 지난달 20대 근로자의 사망사고 발생 이후 현재까지 4번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중 한번은 허영인 그룹 회장이 직접 국민 앞에 고개 숙인 대국민 사과였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크고 작은 사건에 시민들은 사과문에 적힌 "책임을 통감한다", "철저히 반성한다" 등의 표현조차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수가 반복되면 더 이상 실수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사과도 반복될 수록 그 의미가 퇴색된다. 거듭되는 사과에도 개선과 발전이 없으면 형식적인 행위에 불과해지는 셈이다.

SPC그룹은 사과문만 남발하는 것이 아닌,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모두가 인정할 만한 변화가 나타날 때 사과는 다시 의미와 가치를 얻을 것이다. SPC가 강조해온 '정직한 맛'이 '정직한 경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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