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1팀 김동희 기자
취재1팀 김동희 기자

한 달이 지났다. 눅진하게만 느껴졌던 여름 공기는 어느새 쌀쌀한 가을바람으로 바뀌었다.

계절이 지나가고 있건만, 여전히 늦여름에 붙박여 있는 곳이 있다. 이날은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참사가 벌어진 지 딱 30일째 되는 날. 변한 것은 없었다. 공기 중에 흐릿하게 남아있는 매캐한 냄새는 그날의 참사를 소리 없이 증언하고 있었다.

지난달 26일 오전 7시 45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날 발생한 화재는 건물 외벽과 지하 주차장을 새카맣게 다 태워버린 뒤 7시간 15분 만인 오후 3시쯤에야 진화됐다.

아직까지도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원인 미상의 화재'는 여기저기서 숱한 추측만을 불러일으켰다. '전기차 불신론'부터 담뱃불로 인한 화재 가능성까지. 화재 원인을 둘러싸고 소문만이 무성했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 주변의 시간은 흘러만 갔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은 아직도 그날로부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는데도 야속하게도 내려앉은 가을이 묘한 미시감을 느끼게 했다.

그 여느 때보다 황량한 풍경이었다. 영업장은 문을 닫았고, 손님들의 발길은 뚝 끊겨버렸다. 화재 현장에는 버석거리는 낙엽만이 굴러다녔다.

유족들은 건물 외벽만큼이나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심정으로 그날에 메여있을 것이다.

인근 상인들 역시 피해를 호소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상권'이 무너져내리자 그들의 시간마저 멈춰버렸다는 푸념이었다. 근처에서 옷 수선집을 운영하는 A씨는 옷을 맡기러 오는 손님들이 없어 매출이 뚝 떨어져 버렸고, 한식당을 경영하는 B씨는 겨우내 장사가 걱정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다. 다시는 이런 끔찍한 참사가 되풀이되진 않아야 한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의 시간도 다시 흘러갈 수 있을까. 참사 현장은 힘겨운 계절을 나고 있었다. 쓸쓸한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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