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서커스단의 단장은 그때쯤에는 이든이 동물학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교수님. 사자의 암컷이 대호에게 교미하겠다고 유혹을 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교미를 붙여 봐야지요."

"어떻게…. 또 저 범이 암사자를 물어 죽이면 어떻게 합니까."

대호에게 그런 기미가 보이면 제지할 수 있도록 강력한 분무기를 준비하고 있다가 그걸로 범을 제지하도록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걸로 부족하면 마취탄을 쏘기로 했다.

암사자와 대호의 교미는 이든이 지휘하기로 했는데 이든은 암사자와 대호가 있는 큰 우리의 칸막이 철망을 열어주기로 했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칸막이 철망이 열리자 암사자가 얼른 대호가 있는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동물의 암수가 교미를 할 때는 수컷이 적극적인 것인 보통인데 그 경우는 오히려 암사자가 적극적이었다.

그러자 점잖게 누워 있던 대호가 일어나 저쪽 방에 있는 사자의 수컷에게 으르렁거리면서 위협을 한 다음 암사자에게 다가갔다. 교미도 역시 암사자가 적극적이었다. 그 범의 당당한 모습이 그토록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암사자가 그렇게 적극적이었으니 교미는 순조로웠다. 그 거대한 범의 성기가 어렵지 않게 삽입되었고 암사자는 가시가 돋아있는 그 범의 성기가 동작을 해도 참고 있었다. 그 당당한 놈의 씨를 받겠다는 생각이 단단한 것 같았다.

이든은 그들의 교미가 끝난 후에도 두 마리를 합사시켰는데 두 마리는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이든은 그들이 조용히 지내도록 사람들이 그 우리 주위에는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상황이 희망적이었다. 암사자의 음부가 벌겋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고 범이 거기를 핥아주고 있었다.

한 달 후 암사자의 젖꼭지가 부풀어 올랐고 아랫배도 약간 불룩한 것 같았다.

단장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흥분하고 있었다. 사자와 범 사이에 새끼가 정말 나올 수 있다는 것은 학문적으로는 인정되고 있었으나 영국에서는 아직 그 실례가 없었다. 영국에 있는 동물원들이 몇 년 동안이나 그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그 성과가 없었다.

그런데 동물원에서 못한 계획을 과연 그 서커스단에서 해낼 수 있을까. 더구나 씨를 받을 범은 몸무게가 400kg이나 되는 큰 범이었는데….

암사자의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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