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거대한 시베리아 백호의 씨를 받겠다는 서커스단 단장의 계획은 번번히 실패했으나 그의 집념은 단념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서커스단들과 교섭하여 시베리아산 암범 한 마리를 구입했다.

같은 시베리아산 암수였음으로 이번에는 교미가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단장은 암수 두 마리를 위해 신방을 꾸며주었다. 새로 구입한 암컷은 거대한 수컷을 보고도 피하지않고 순순히 신방에 들어가 수컷을 받아들였다.

"됐어"

단장은 다른 대원들에게 교미에 방해가 되지않도록 신방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단장은 그렇게 해놓고 다음날 아침 신방을 살펴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수컷이 신경질이 되어 혼자 울부짖고 있었고 암컷이 그 옆에 누워 있었다. 암컷은 목뼈가 부러져 죽어 있었다. 신방은 온통 피바다가 되어 있었고….

어떻게 된 것일까.

교미는 처음에는 성공할 것 같았다. 수컷이 암컷의 등위에 올라타도 암컷은 가만히 있었다. 교미가 싫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시베리아 수컷뿐만 아니라 범의 수컷성기에 이상이 있었다. 범의 성기는 그 덩치만큼이나 굵고 길었으며 길이가 20cm나 되었는데 문제는 거기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만물을 창조했다는 조물주가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범의 성기에는 굵은 털이 밀생하고 있었는데 그 털은 마치 가시처럼 날카로웠다.

거기다가 그 시베리아 수컷은 성미가 거칠고 급했으며 교미를 할 때 암컷에게 베풀어야 할 절차와 예의를 무시했다.

수컷은 대뜸 암컷의 등에 올라타 그 성기를 암컷의 그것에게 삽입했다. 가시처럼 날카로운 성기를 억지로 마구 암컷의 성기에 밀어넣었다.

따라서 암컷은 심한 고통을 받고 반항을 했다. 몸을 비틀어 대가리를 돌려 수컷은 목을 물렸다.

그래서 크게 노한 수컷은 암컷의 몸을 짓눌리면서 암컷의 목을 물었다. 몸무게가 400kg나 되는 괴물 같은 시베리아 대호의 일격은 바로 치명적 이었다. 암컷의 목이 뼈까지 잘라져 흔들거렸다.

실수였다. 교미를 붙였던 서커스단 직원들의 실수였다. 범의 암수를 교미불일 때는 그런 경우를 예견하고 대비를 했어야만 했다. 강력한 물의 분사기를 준비해놓았다가 수컷이 광란할 기미를 보이면 물을 분출시켜 녀석을 억제해야만 했다.

어쨌든 서커스단 단장은 그런 실수로 자신의 집념을 접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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