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서커스단의 단장은 그 대호의 씨를 받는 계획을 포기했으나 서커스단의 맹수수용소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맹수수용소에는 큰 우리가 있어 거기에 범과 사자들이 수용되고 있었는데 거기에 있는 아프리카 사자들의 우리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서커스단에는 암수 사자 세 마리가 그 우리 속에 있었고 가운데 철망 칸막이를 두고 대호가 있었다.

그래서 두 마리의 사자 수컷들이 칸막이 저쪽에 있는 대호를 보고 그만 겁을 먹었다. 수사자들은 검은 갈기가 서 있는 당당한 녀석들이었으나 대호를 보고 그만 기겁을 하여 우리 구석으로 도망가 엎드렸는데 모두 오줌을 질질 싸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있던 암사자 한 마리는 그렇지 않았다.

본디 사자는 수사자가 암사자보다 덩치가 크고 사나웠으나 그 서커스단의 암컷은 오히려 수컷보다도 덩치가 컸다.

그 암사자는 함께 있던 남자친구들이 범을 보고 겁을 먹고 떨고 있는 것을 보고 경멸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암사자는 그러자 우리 저쪽에 있는 뱀도 두려움 없이 보고 있었다. 두려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태도까지 보이고 있었다.

본디 사자와 범은 동족이었다. 고양이족은 분류상으로는 표범을 기본으로 하여 사자 범 등이 모두 피가 섞여 있었다.

따라서 표범 사자 범 등 고양이과 동물들은 교미가 가능하고 그들 사이에 새끼를 낳을 수 있었다.

대호와 큰 우리 안에서 동거하고 있는 암사자의 태도가 이상하다는 것을 안 사람은 이든이었다.

이든은 그 사실을 단장에게 알려주었으나 단장은 설마했다. 동족인 시베리아의 암범까지 그 수컷과의 교미를 회피하다가 물려 죽었는데 범도 아닌 암사자가 어떻게 그 괴물 범에게 연정을 표시하겠는가. 공연히 잘못하다가는 또 희생자가 생길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동물들의 암수 또는 사람의 남녀간의 관계는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있었다.

본디 동물들의 암컷은 크고 힘세고 당당한 수컷을 원했으며 상대가 될 수 있는지 선정할 때는 일부로 수컷끼리 경쟁을 붙여 그 경쟁에서 승리한 강한 수컷을 선정하여 자기의 씨를 받았다.

그래서 그 우리 안에 있던 암사자는 동족인 사자 수컷을 마다하고 그보다 크고 당당한 암범을 선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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