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파문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10%대로 곤두박질했다. 어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26일 실시한 일간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17.5%에 불과했다. 지난 24일부터 최순실씨 정부 대외비 문건 유출의혹 보도가 잇따르면서 지지율이 불과 일주일 새 11%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는 76%에 달했다. 집권 2년차때인 2014년 세월호 참사때도 40%를 웃도는 지지율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분류된 60대이상의 지지율이 처음으로 부정평가에 뒤졌고,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등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기반이 강한 영남권에서조차 지지율이 20%까지 떨어졌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20대의 지지율은 말을 꺼내기조차 창피한 수준인 3.4%이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태로라면 남은 1년4개월간의 임기동안 국정마비는 불보듯 뻔해 보인다. 박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최씨의 국정농단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만큼 청와대 인적쇄신이나 개각을 단행한다고 해도 민심을 추스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남은 임기동안 식물정부로 몰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최씨가 하루빨리 귀국해야 한다.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최씨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의혹들에 대해 부인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본 게 국가기밀 누설죄인 줄 몰랐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그러면서 눈물과 사죄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본인의 말처럼 박 대통령과의 의리와 애국심 차원에서 국정에 개입했다고 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귀국해 국민들 앞에 떳떳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귀국이 늦어질수록 박 대통령을 더욱 사지로 내몬다는 사실을 최씨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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