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통감을 읽다 장평 지음·김영문 옮김·378·490쪽·1만 9800원

예로부터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지나간 역사를 거울로 삼아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으려 했고, 그 중에서도 `자치통감`은 제왕학의 교과서로 알려져 있다. 세종대왕이 친히 밤을 새우며 교정을 보아 편찬하고 메이지 유신의 주역 사카모토 료마가 애독한 동아시아 치세의 거울인 자치통감을 재해석한 책이 나왔다.

북송의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은 전국시대부터 송나라 건국 이전까지 1362년간의 역사를 294권 300만 자에 수록한 방대한 역사서 자치통감의 정수를 한 권에 담았다. 하지만 `자치통감을 읽다`는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라는 유가의 정치철학을 현대 시민사회의 공동체 원리로 새롭게 변용한 수신, 제가, 치도라는 관점에서 자치통감을 재해석하고 있다.

송나라 유학자들은 `예기`-대학 편을 근거로 수신, 제가,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라는 정치철학을 완성했다. 이는 인간 본성의 밝고 선한 덕(德)을 끊임없이 수양, 가정과 나라를 바로잡고 천하태평의 경지로까지 확장하려는 성리학의 궁극적 목표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인의 품성 수양은 치국의 궁극적 지향과 일체를 이룬다.

하지만 현대 중국 최고의 자치통감 권위자로 손꼽히는 저자는 자치통감 편찬 배경이 되는 정치철학에서 출발해 이를 현대적으로 변용했다. 저자는 봉건적 군신 관계가 사라진 현대 공동체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개인`(수신), `가정과 조직 구성원`(제가), `사회와 국가 지도자`(치도)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과 소양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공중도덕으로서, 시민의 덕성으로서 `신독(愼獨)`을 강조하고 있는데 신독은 말 그대로 혼자 있을 때도 언행을 절제하고 삼가는 수양 자세이다. 수신이 신독의 경지에 이르면 혼자 암실(暗室)에 있을 때나 사람들의 이목이 빈번한 시장통에 있을 때나 자발적으로 자기절제의 품행을 실천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이 공중도덕을 자각하는 수준이 높을수록 사회 관리를 위한 통제 시스템은 훨씬 적어진다. 따라서 사회 관리 비용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어서 더 많은 돈을 시민들의 복지를 위해 쓸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신독은 현대의 시민 윤리로 재해석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총서기에 취임한 이래 `부패척결`의 명분으로 25만 명이 넘는 공산당원을 처벌한 시진핑이 왜 자치통감을 강조했는지, 지도층의 부패가 극심해지고 사회의 기강이 무너질 때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왜 자치통감을 펼쳐 길을 찾았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될 것이다.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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