믜리도, 괴리도 업시 성석제 지음·문학동네·284쪽·1만2000원

소설가 성석제가 신작 소설집을 들고 2년만에 독자 곁으로 돌아왔다.

책 제목은 `믜리도, 괴리도 업시.`

외계어와도 같은 이 제목은 고려가요 `청산별곡`에서 따온 것으로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라는 뜻이다.

지난 2013년 12월부터 2016년까지 쓴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이 소설집에는 환희나 통렬한 절망도 없이 꾸역꾸역 살아가다가 어떤 사건 혹은 사람이 이야기마다 엮어 들어간다. 동성애, 간첩 조작 사건, 멘토, 스마트폰 중독과 같은 테마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표제작 `믜리도 괴리도 업시`는 제목만큼이나 기묘한 소설이다. 소재는 동성애. 가난뱅이 주제에 마음 씀씀이 좋던 중학교 동창이 알고 보니 동성애자였고, 훗날 프랑스에서 성공한 화가가 돼 금발의 남자 친구와 귀국한다는 줄거리다.

소설집의 처음을 장식하는 `블랙박스`에도 창작의 샘이 말라버린 중년 작가가 동명이인의 남자에게 소설 대필을 맡기면서 파국을 맞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먼지의 시간`에서는 성석제표 해학과 웃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멘토링과 자기계발의 신화를 추앙했다가 손쉽게 짓밟는 세태 속에서 내 삶과 주변은 어떤가를 날카로운 농담에 섞어 되묻는다. `나는 너다`는 온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우리를 통해 이면의 공허를 짚고 그럼에도 찾아내야 하는 삶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노태훈 문학평론가는 "성석제는 사건의 디테일을 확보하고 개연성을 부여한 뒤 사건을 자연스럽게 종결시키는 능력이 있다"며 "시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현실속으로 매몰되지 않는 개인을 길어올린다. 자기 할말을 쏟아내는 성석제 소설 특유의 화자들은 마치 듣는 소설을 연상케한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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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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