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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광장] 아카데미와 대학교

2012-03-03기사 편집 2012-03-02 21: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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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따르면 아테네를 건설한 영웅은 테세우스이다. 이 테세우스가 여자 문제로 아테네가 망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때 이 위기에서 아테네를 구한 영웅이 바로 아카데모스이다. 아테네 사람들은 이후 아카데모스를 기리기 위해 조그마한 신전을 만들었다. 많은 시간이 지나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바로 이 아카데모스 신전 주변에 학교를 짓고 그 학교 이름을 아카데미라고 하였다.

고대 그리스 신화 중에서 가장 인간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신을 꼽으라면 모두가 주저 없이 아폴론을 말한다. 그만큼 아폴론은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를 대변하는 신의 이름만으로도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다. 태양의 신, 빛의 신, 목양의 신, 그리고 의술의 신 등 수없이 많은 종류의 신으로 아폴론은 불린다. 그중 빛의 신이란 의미에서 아폴론을 아폴론 리케이오스라고도 한다.

플라톤의 제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였다. 하지만 플라톤은 자신의 아카데미를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닌 조카인 스페우시포스에게 물려주었다. 마음이 상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잠시 여러 나라로 다니면서 머리를 식힌 다음 다시 아테네로 돌아와 아폴론 리케이오스 신전 부근에 학교를 세우고 리케이온이라고 명명하였다.

플라톤의 아카데미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리케이온이 오늘날 대학교의 전신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플라톤은 왜 아카데미를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물려주지 않았느냐는 것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왜 새로운 학교를 개교했느냐는 것이다. 그 이유를 우리는 아카데미와 리케이온의 수업 방법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플라톤은 아카데미에 입학한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많은 철학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리케이온에 온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테네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수업을 하였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이런 아리스토텔레스를 소요학파라고 이름 지어 주었다. 소풍하듯이 아테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식물도 관찰하고 동물도 구경하면서 공부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게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니 플라톤이 자신의 아카데미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물려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의 교육방법을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한다면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공학계열로 나누어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플라톤은 강의 위주의 인문사회계열의 학문을 하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실험과 관찰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공학계열의 과목을 가르친 것 같다.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오늘날 대학을 아카데미라고 한다. 플라톤의 교육방법을 따라 지어진 이름이다. 플라톤이 득세하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쇠퇴한 이유는 실험과 관찰을 위주로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방법을 위한 실험도구나 기계, 장비가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매년 3월이면 모든 초·중·고를 비롯한 대학교뿐 아니라 나라 전체가 들썩인다. 언제부터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백년대계는 모두가 대학교에 맞추어져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대학교가 목표가 되었다.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한 대학생들은 취업이 목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어려운 자연공학의 자연계열을 피하고 쉬운 공부인 인문계열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씁쓸한 소리도 들린다.

새 학기부터 복수단임제가 실시된다고 한다. 학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교육당국의 노력이다. 교육당국에서는 두 담임이 있으면 학생들이 원하는 담임을 찾아가서 상담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고 얘기하지만, 학교의 선생님들은 이 제도는 이미 한 번 실패한 제도이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에 결코 좋은 제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플라톤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자신의 아카데미를 물려주지 않은 것은 스승 플라톤이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운했을지 모르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아카데미를 계속 고집했다면 그렇게 유명한 철학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취업이 제일 목표가 된 대학에서도, 이런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고 있는 초·중·고교에서도 이론과 실제의 문제를 논하기 전에 정확하게 제자를 파악하는 그것이 바로 스승이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제자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스승은 제자가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아줄 수 있을 것이고, 취업 문제이건, 생활지도 문제이건 여러 가지가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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