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백-송충원 교육문화부 차장
국외입양으로 고통스러운 이방인의 삶을 살던 한 여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은 1991년 개봉당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주연을 맡았던 최진실은 제2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인기상을 수상했다. 이후 18년이 흐른 2009년 영화의 실제 인물인 `수잔 브링크(한국명 신유숙)`가 향년 46세의 나이에 지병으로 숨졌다.
1966년 스웨덴으로 입양된 그녀는 낯선 환경과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 틈에서 소외감, 가족에 대한 그리움, 양부모의 학대 속에서 어려운 성장기를 보냈다. 미혼모로 살아가던 그녀는 학업과 딸 양육을 병행하며 어렵게 생활을 지탱하던 중 89년 입양아 관련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친어머니를 찾게됐고, 그의 삶은 영화로 만들어져 한국사회에 해외입양 문제를 환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잔 브링크는 지난 2003년에도 기고문을 통해 "한국이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예쁘고 재능있는 아들, 딸들을 외국으로 보낼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호소해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고, 정부는 2007년 해외입양 쿼터제를 도입해 적극적인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미 국무부의 국제입양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은 총 1만2978명으로 중국, 러시아, 과테말라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 미국에 입양된 13명의 아동 중 1명은 한국 입양아인 셈이다.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미 입양 수출 4위`라는 부끄러운 순위를 벗어나진 못한 것이다.
최근 유니세프의 입양광고 포스터가 화제다. 의류매장 쇼 윈도우에 나란히 전시된 남녀 마네킹 사이에 선 어린아이가 마치 부모 손을 잡듯 두 마네킹의 손을 잡은 채 아빠 마네킹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이다. `EVERY CHILD NEEDS A FAMILY(모든 아이는 가족이 필요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성큼 다가왔다. 한국의 모든 입양대상 아이들이 고국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나 봄기운 가득한 `백두에서 한라까지` 누비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송충원 교육문화부 차장 on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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