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백-송충원 교육문화부 차장

할리우드 여배우 캐서린 헤이글(35)에 대한 한국인들의 애정공세가 뜨겁다. 그녀가 한국에서 입양한 딸과 함께 찍은 뮤직비디오를 접한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헤이글은 남편인 조쉬 켈리의 노래 `네일리 문(Naleigh Moon)`에 맞춰 한국에서 입양한 딸 네일리(4)의 성장기가 담긴 홈 비디오를 직접 연출해 공개했다. 뮤직비디오는 손으로 쓴 `Gim Yu-mi(김유미)`라는 이름표와 한국 여권, 비행기 티켓으로 시작한다. 이어 네이리가 헤이글과 놀거나 아버지 켈리와 끌어안고 있는 모습, 그리고 켈리가 노래를 끝내자 객석에 있던 네이리가 박수를 치며 달려가 안기는 장면 등이 담겨있다.

국외입양으로 고통스러운 이방인의 삶을 살던 한 여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은 1991년 개봉당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주연을 맡았던 최진실은 제2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인기상을 수상했다. 이후 18년이 흐른 2009년 영화의 실제 인물인 `수잔 브링크(한국명 신유숙)`가 향년 46세의 나이에 지병으로 숨졌다.

1966년 스웨덴으로 입양된 그녀는 낯선 환경과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 틈에서 소외감, 가족에 대한 그리움, 양부모의 학대 속에서 어려운 성장기를 보냈다. 미혼모로 살아가던 그녀는 학업과 딸 양육을 병행하며 어렵게 생활을 지탱하던 중 89년 입양아 관련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친어머니를 찾게됐고, 그의 삶은 영화로 만들어져 한국사회에 해외입양 문제를 환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잔 브링크는 지난 2003년에도 기고문을 통해 "한국이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예쁘고 재능있는 아들, 딸들을 외국으로 보낼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호소해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고, 정부는 2007년 해외입양 쿼터제를 도입해 적극적인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미 국무부의 국제입양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아동은 총 1만2978명으로 중국, 러시아, 과테말라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 미국에 입양된 13명의 아동 중 1명은 한국 입양아인 셈이다.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미 입양 수출 4위`라는 부끄러운 순위를 벗어나진 못한 것이다.

최근 유니세프의 입양광고 포스터가 화제다. 의류매장 쇼 윈도우에 나란히 전시된 남녀 마네킹 사이에 선 어린아이가 마치 부모 손을 잡듯 두 마네킹의 손을 잡은 채 아빠 마네킹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이다. `EVERY CHILD NEEDS A FAMILY(모든 아이는 가족이 필요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성큼 다가왔다. 한국의 모든 입양대상 아이들이 고국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나 봄기운 가득한 `백두에서 한라까지` 누비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송충원 교육문화부 차장 on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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