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충남교육감

학교폭력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숨겨서는 안 된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더욱이 학교에서 명예실추나 평가를 염려해 은폐하려 한다면 이는 범죄행위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소한 다툼도 있고 사이가 안 좋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반복해 괴롭히고 협박하는 것은 발본색원해야 할 일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고견을 구한 바가 있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친구들이 댓글로 좋은 의견을 주었다. 실제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대안들도 제시되었다. 글을 읽으며 많은 사람들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음을 새삼 느꼈다. 잘 견뎌내며 극복했지만 당한 순간순간은 어려웠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학교폭력은 있어 왔다. 주먹질도 있었고 난투극도 있었다. 일본에는 `이지메`라는 집단따돌림이 피크를 이루기도 했다. 요즈음은 문명기기의 발전에 따라 메일이나 문자메시지, 컴퓨터게임 등도 학교폭력의 매체가 되고 있다. 더구나 오늘날은 피해자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더욱 안타깝다. 과거엔 잡초의 생명력처럼 툭툭 털고 일어날 일에 고귀한 꽃봉오리가 피지도 못한 채 꺾이는 듯하다.

학교폭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 예방이다. 학생들을 바른 품성을 지닌 사람으로 가르치는 인성교육이 핵심이다. 남을 욕하고 비난하기보다는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질서의식이 필요하다. 어른과 선생님을 섬기고 존중하는 공경 마인드가 필요하다. 소외되고 불우한 이웃을 돕고 봉사하는 가치관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성이 몸에 배게 된다면 친구를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스포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땀을 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축구나 배드민턴을 즐기면서, 태권도나 등산을 함께 하면서 땀을 흘리는 것은 육체와 정신건강을 위해 참으로 좋은 일이다. 컴퓨터게임에 몰두하지 않고 악기 연주나 미술활동을 즐기며 예술세계에 몰입하는 감성교육도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인지하면 숨기지 말아야 한다.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치유방법이 생겨난다. 또한 사안이 커지기 전에 조기에 다스릴 수 있다. 곪은 채로 내버려두면 명의라도 고칠 수 없다.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당장은 부끄러울 수 있지만 치료를 위해선 환부를 서로가 알아야 한다.

피해 학생이 혼자 고민하지 않고 주위에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전담 신고센터를 각 학교에 설치하고 신고함을 비치해야 한다. 홈페이지에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후환이 두렵고, 신고할 용기가 없는 학생을 위해선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 사랑과 열정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을 인지하면 사후처리가 지혜롭고 단호해야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다. 학교에는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구성원으로 학교폭력전담팀을 운영하며 대처한다. 선생님이 힘이며 담임교사와 생활지도교사, Wee클래스 상담교사의 몫이 크다. 학부모, 유관기관, 지역교육공동체도 연계, 함께해야 한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육가족이 자신 있고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학부모와 가정의 역할도 크다. 자녀와 함께 `아버지학교` 등에 참여해 연수를 받아 보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함께 지역교육청 Wee센터에서 주기적·지속적·의무적으로 전문선생님과 상담하며 치유해 나가야 한다. 또한 교정이 어려운 학생은 Wee스쿨이나 타 기관에 강제 격리하여 변화시켜야 한다. 경찰청과도 협약을 체결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긴밀한 연락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어제와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 미래사회에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폐해를 최소화하고 미리미리 예방한다면 밝고 명랑한 사회는 쉽게 다가올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사전예방이 최선의 교육이다. 과거 공자의 왕도정치(王道政治)와 관중의 패도정치(覇道政治)라는 말이 있었다. 이 차이의 핵심은 왕도정치가 인덕과 양심으로 잘못하지 않도록 다스려 나가는 것이라면, 패도정치는 법과 형벌로 잘못하지 않도록 다스리는 것이다. 학생들이 옆 동무에게 형벌이 무서워 주먹질하지 않게 가르치는 것보다, 친구에게 올곧은 양심으로 칭찬하고 배려하며 봉사하는 마음을 갖추어 바른 길로 나가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로 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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