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균 신성제일감리교회 목사

연일 계속되는 청소년 폭력에 관한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는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반복되는 폭력과 자살, 징계와 처벌, 더 나아가 이제는 공권력의 개입이 보편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학교라는 곳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배움의 터전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가 된 것 같다.

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일본 재학생의 90% 이상이 이지메(왕따)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고 일왕의 손녀마저 이지메 사건으로 학교를 중단한 것에 일본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폭력성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기존의 세대들은 경악할 정도로 그 심각성을 갖게 되는 것은 그들의 사례가 성인폭력의 모양새와 그리 다르지 않고 오히려 어떻게 저러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믿지 못할 내용들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러한 폭력 속에서 견뎌야 할 피해 학생들을 생각하자면 지금의 학생들처럼 심신이 약한 상태에서는 그 부담감이 더욱 심했을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견디기 어려웠으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미성년자 처벌금지법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처럼 가해 학생들이 갖는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전혀 반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그 범죄의 수준이 성인범죄와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강압적 처벌은 학부모의 학교개입을 불러왔고, 이에 대한 학생처벌 수위제한은 교권실추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으며, 동시에 처벌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이제는 공권력까지 개입되어야 할 악순환이 되고 있다.

학교는 점점 기능이 상실되어지고, 교사는 권위를 잃어버렸으며 학생은 인정받지 못하는 자율성 속에 살아가면서 학부모는 이런 학교를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결과의 피해는 사실 모두에게 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어느 한쪽의 책임으로만 말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며 함께 다뤄야 할 문제로 여겨야 할 것이다.

미래가 없는 현실의 힘은 오래가지 못하며 그것은 결국 좋지 않은 결과만을 가져오며, 꿈을 갖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 현실에만 맹목적으로 집착할 뿐이다. 학교는 학교의 역할이 있으며 사회는 사회의 역할이 있지만 이제는 우리가 청소년 문제를 다룰 때에 학교와 사회에 공통되게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들을 고려하며 생각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학교와 사회의 공동협력은 청소년들의 또 다른 방향제시를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가 곧 사회진출의 연장이라는 것을 학교 안에서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사회와의 연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가 문화와 경제적으로 계발단계에 있을 때에만 하더라도 오직 학교만이 배움의 터전이었지만 지금의 사회는 학교 외의 교육을 다양하게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많은 사회와의 연계는 청소년들에게 지금의 학교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데 그 필요성을 더해줄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현장수업, 현장견학 등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지만 되도록 현장의 사람들이 학교수업 참여로 학생들의 이해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한때 TV의 모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을 찾아가 학교현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시간을 배려해 준 적이 있었다. 연예인과 스포츠맨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모교를 방문할 때 학생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들이 사회에서 활동해야 하는 현실을 그 프로그램에서 다룬 것이다.

꿈을 꾸지 않는 학생들에게 주입식 교육은 오히려 그릇된 반항심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청소년들의 문제는 곧 사회의 문제로 연결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의 협력은 곧 다음 세대들, 우리의 다음 사회를 준비하는 중요한 사안이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어느 행려자를 만난 적이 있다. 젊은 시절 자신의 주먹을 믿고 그렇게 남에게 함부로 대하여 술과 향락으로 한 시대를 보냈다는 그는 지금의 자신에 대해 많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마치 죄인이 죗값을 치르는 듯한 그런 모습으로 삶을 체념하듯 말하고 떠났다. 그리고 그의 뒷모습에서 누군가 그의 바른 멘토가 있었더라면, 그의 미래에 대한 바른 청사진을 보여준 이가 있었다면 지금 그렇게 후회하며 절망하는 삶을 살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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