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초등학생도 외국 어학연수는 몰라도 원어민이 나오는 영어캠프 정도는 다녀와야 방학 때 영어공부 좀 했구나 하고 명함을 내밀 만큼 영어캠프는 일반화됐다.

영어캠프가 많아지면서 학부모는 이제 영어캠프 프로그램을 따져보고 자녀를 보내는 선택권을 행사한다.

이런 가운데 공교육기관인 학교에서 추천하는 영어캠프는 학부모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돌려 말하면 만약 학교가 학부모에게 특정 영어캠프를 소개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천안서당초등학교가 지난해 양해각서(MOU)를 맺은 제주국제영어마을 겨울방학 영어캠프에 학생들을 참가시켰다가 뒤늦게 MOU를 백지화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일부 학부모가 해당 영어마을이 무허가시설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제주교육지원청이 해당 업체를 불법교습으로 고발하는 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주영어마을이 무허가시설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학부모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학교가 정작 불신을 조장하는 데 앞장섰고, 이로 인해 동심이 상처를 입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학교 측은 “영어마을 홈페이지 내용을 신뢰한 나머지 자세한 내용을 확인 못 한 것이 실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무책임한 답변이라는 비난을 면치 어려워 보인다.

학부모 중에는 당연히 해야 했을 캠프 프로그램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돈을 입금하고 자녀를 참가시킨 사례도 있다. 그만큼 학교를 전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는 MOU 체결을 통해 사실상 학부모에게 영어마을을 간접 홍보하는 처지가 됐음에도 캠프에 대한 기본적인 확인을 등한시했다.

심지어 홈페이지 내용의 진위를 알아보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학교는 캠프 참가에 따른 집합이나 도착 여부 등 학부모가 궁금한 내용에 대해 전혀 안내하지 않아 원성을 샀다.

학부모는 해당 영어마을이 아니라 학교를 믿고 영어캠프를 선택했는데 정작 학교는 업무를 영어마을에 일임한 채 뒷짐만 지고 있었던 셈이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다. 학원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는 마찬가지다. 학교는 지식뿐 아니라 사랑과 신뢰, 나눔 등 다양한 가치를 익히는 배움터이다.

학교는 이번 영어캠프를 통해 아이들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임정환 충남취재본부 eruljh@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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