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를 위한 창조적인 리더전략

많은 경제지표가 있지만 그중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지표 중의 하나는 한국의 대표기업들이 얼마나 큰 사업 결과를 얻었는가이다. 150조 원. 이는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이 거둔 총매출액 규모이다. 2011년 국가 예산의 규모가 대략 300조 원임을 감안하면 가히 입이 떡 벌어지는 큰 액수이다. 산업계 각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비단, 지난해 만 우리가 잘한 것은 아니다.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했던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참으로 잘 해왔다. 이러한 급격하면서도 지속적인 성장의 배경에는 국민들과 위정자들의 교육과 과학기술에 대한 숱한 고민과 투자가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성공신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국민들 내부의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150조의 매출을 달성한 기업의 총수도 당장 5년 후, 10년 후 우리의 먹을거리가 무엇인지 강하게 자문하고 있다. 핸드폰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던 한국의 유수 대기업들이 스마트폰의 출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는 한국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하드웨어 장사는 비교적 잘하는데 소프트웨어 장사는 참 못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 그 많은 소프트웨어 업체가 세계 IT 시장의 판을 쥐고 흔들지만 정작 한국은 명함조차 못 내밀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가 구축해온 산업경제 전반을 넓게 보고, 대책을 논의할 때가 되었다. 낮은 노동생산성, 품질은 좋은데 싼 제품, 소프트웨어에 약한 것,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점 이 모든 것에 공통으로 흐르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데 아주 약하다는 것. 선진국에서 나온 제품을 보고서야, 우리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같은 개념의 제품을 싸게 만들어 낸다. 우리가 크게 성공해온 많은 제품과 기술은 ‘Fast Follower(빠른 후발주자)’로 설명한다면 거의 맞는다.

자동차, 핸드폰, 반도체는 말할 것도 없고, 수많은 연구 개발들이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후발주자로서 빠르게 따라잡았던 것들이다. 이렇다 보니 저가 브랜드이미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는 잘 따라가지만,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는 따라가기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과학기술 교육은 지금까지 Fast Follower에 아주 적합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사회 전반의 인식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당연시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내는 ‘Why(왜)’보다는, 주어진 문제를 푸는 ‘How(어떻게)’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렇게 교육된 대다수의 뛰어난 사람들이 Fast Follower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이 단계를 넘기 위해서는 ‘눈이 번쩍 떠지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이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사회 전반의 합의와 과학기술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 2010년 우리가 경험한 좋은 예가 있다. 얼마 전 발표된 타임지 선정 2010년 50대 기술에 ‘KAIST 온라인전기차’가 선정되었다. 이와 더불어 ‘KAIST 모바일하버’ 기술은 차세대 해군전략의 주요 핵심기술로 미국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들 기술들은 기존의 시장에서 성공이 확인된 아이디어들과는 달리, ‘너무나 창의적’이고 ‘무모한’ 시도로 여겨지면서, 정부의 지원이 시작될 당시부터 현재까지 학계·재계·정계에 엄청난 논란을 가져왔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막무가내식의 반대뿐만 아니라, 한국 내 현실 시장만을 감안한 경제성 논란 등,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시도가 이루어졌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떻게 부정적으로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선례가 되었다. 기존의 Fast Follower 패러다임에서 보면 어쩌면 지극히 정상적일 수 있다.

2011년, 이제 우리는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의 질과 품격을 높여야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수십 년간 구축해온 Fast Follower 전략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본다면, 이제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창조적인 리더 전략을 Fast Follower 전략 위에 이식해야 한다. 기존의 Fast Follower 전략 역시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구축해온 Fast follower 전략은 전례 없이 효율적이고 강력하다. 이 바탕 위에 창조적인 리더 전략이 일정부분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책 입안자를 비롯해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이해와 노력이 중요한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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