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좀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를 브리핑으로 보낸다는 것이 한심스럽지 않습니까”

지난 7일 발생한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 대선 후보들과 높은 분(?)들의 끊임없는 방문에 태안해양경찰서에 설치된 해양경찰청 대책본부와 태안군청 관계자들의 한숨이 깊다.

사고 발생 이후 각 당의 대선후보는 물론 중앙 부처 장관, 기관장 등의 발걸음이 잦아 상황실은 상황 점검이나 지휘통제보다는 이들에 대한 보고와 현장 설명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고 당일인 7일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현장을 찾았다. 이어 9일에는 심대평 후보를 시작으로 정동영 후보, 이명박 후보, 이인제 후보 등의 대선 후보와 해양수산부 차관, 환경부 장관, 소방방재청장, 국립공원이사장 등이 대책본부나 태안군청을 방문한 뒤 현장을 돌아 봤다. 10일에는 이회창 후보와 행정자치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이 방문했다.

그러나 이같은 유명 정치인이나 고위직 공무원들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대선 후보들은 대규모 참모진들을 대동, 대책본부와 태안군청 상황실, 현장 등은 또다른 대선후보들의 각축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대부분 사진 촬영 등 언론 취재에 집중하고, 실질적인 지원책 없이 “적극 검토”만을 운운하는 것에 질린다는 것. 더욱이 방제 장비가 이들이 모두 찾는 만리포 현장에 집중, 다른 지역에서는 만리포로 방제 장비를 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참모진의 과도한 시간 조정이나 경호 업무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 지난 9일 태안군을 찾은 모 대선 후보의 참모진은 다음 일정을 이유로 미리 선약(?)한 방문객에 앞서 영접 및 브리핑을 요구, 태안군청 관계자들에게 빈축을 샀다. 이 참모는 “대선 후보가 기관장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선약자에게 밀렸다.

또 모 대선 후보 경호원들은 태안군수실과 부군수실을 탐지견을 끌고 경호 업무를 진행,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상 최대의 해양 사고로 태안 지역민들은 물론 바다조차 시름에 겹다.

국민들은 일정 때문에 몇 번의 삽질에 그친 대선 후보보다 일정을 뒤로하고 수백번의 삽질로 기름이 뒤범벅된 대선 후보의 얼굴을 기대한다. 우세영<특별취재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본문인용 등의 행위를 금합니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