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끝나고 있구나’라는 사실은 신문지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맘때가 되면 지면 곳곳에 ‘사랑의 김장담기’ 등 불우이웃을 향한 봉사활동 기사가 넘쳐난다.

물론, 소외계층에게 온정을 나누는 것은 값진 일이다. 하지만 성경 말씀처럼 ‘오른손이 하는걸 왼손이 모르게 하라’를 실천하는 이들은 그리 많은것 같지 않다.

이유인즉 이렇다. 연말이 가까워오면 기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수 많은 단체에서 보내오는 봉사활동 사진과 홍보자료 때문. 어떤 단체는 “김장을 전달하니 취재기자 좀 현장에 보내달라” 요청하기도, 어떤 봉사단은 “봉사활동 사진좀 꼭 게재해 달라” 부탁하기도 한다. 실리지 않으면 “왜 신문에 나오지 않았느냐”며 항의하는 이들도 있다.

해당기사가 보도되지 않았음에 양해를 구할 때마다 그들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다. 마음 속으로만 되뇌였던 물음. 바로 “봉사활동을 왜 하시나요?”라는 것이다.

이러한 물음은 봉사 현장에서도 생겨난다. 몇년 전, 사랑의 김장 배달과 장학금 전달 현장에 갔다가 눈살을 찌푸렸던 기억이 있다. 사진을 찍느라 김장을 받는 독거노인께, 장학금을 받는 소년가장에게 포즈를 강요했던 봉사단 때문이었다. 봉사단이 그들에게 전해 준 것은 ‘온정’이 아닌 ‘동정’에 가까웠다. 그리고 많은 촬영 플래쉬 앞에서 고개를 떨구던 그들은 또 한번의 상처로 어깨를 늘어뜨려야 했다.

추운 겨울, 불우이웃을 향한 온정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따스한 마음은 릴레이처럼 이어져야 하기에 봉사활동을 알리고 많은 이들이 동참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부 봉사단처럼 단체 홍보와 이미지를 위해, 또는 활동을 과시하기 위한 봉사를 해서는 안된다. 따스함이 전달되지 않는 홍보용 나눔행사에 ‘봉사’라는 말을 붙여서도 안된다. 이웃들에게 ‘위로’가 아닌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1년 열두달 온정이 전해지는 따스한 세상을 꿈꿔본다. 그리고 또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봉사활동을 왜 하시나요?” 천지아<교육문화체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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