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액 2년새 33% 늘어난 909조원…70% 다중채무
금리인상 속 9월엔 상환유예 종료…대출 부실 가능성 '뇌관'

대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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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 씨는 최근 폐업 걱정을 하고 있다. 매출은 곤두박질 치는데 금리 인상이 연달아 이뤄지며 심각한 자금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대출금 상환은 고사하고 매달 지출해야 하는 이자 부담만 눈덩이처럼 커진 셈이다.

김 씨는 "올해 들어 정부가 거리두기를 지속 완화했지만 가게운영은 전혀 개선되질 않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원금 상환일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고 대출이자는 폭등 수준으로 오르고 있어 가게문을 닫을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금리 폭등으로 또다시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네 차례나 기준 금리를 인상한 것도 모자라 향후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더욱이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 유예가 종료되는 9월 이후에는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부실이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은행이 정의당 장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 2000억 원으로, 1년 전(803조 5000억 원)보다 13.2% 증가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684조 9000억 원)과 비교하면 2년 새 32.7%나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그간 대출로 근근이 버텨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은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연말쯤 기준금리가 2.0% 안팎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말 연 1.0%였던 기준금리가 1년 만에 1% 포인트 안팎 오르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것이란 뜻이다. 기준금리는 현재 1.50%다. 한은의 제출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0% 포인트 오를 시 자영업자가 지불해야 할 이자 부담(지난해 말 부채 잔액 기준)이 약 6조 4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이 한층 더 짙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자 중 절반 이상은 다중채무자다. 지난해 말 기준 다중채무 자영업자 수는 148만 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차주 중 56.5%를 차지했다. 이들의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630조 5000억 원으로, 전체 자영업 대출의 69.3%에 달했다.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가능성은 아직 수면 아래 놓인 상태다. 국내 은행의 개인 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 2월 말 기준 0.19%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다만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소상공인을 상대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4차례 연장한데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는 9월 만기연장·상환유에 조치가 종료되면 자영업자 대출의 잠재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농후해진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특히 이자 납입 유예가 2년 넘게 장기간 지속된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자를 낼 여력이 없다는 것이 높은 대출 부실 위험도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이자상환 유예 대상 대출채권 잔액은 총 1조 7000억 원 수준이다. 정책 금융기관과 제2금융권까지 합하면 이자상환 유예액은 총 5조 1000억 원에 이른다.

장 의원은 "상환유예 조치까지 종료되면 부채 부담이 크게 증가해 자영업자는 물론 국민경제 전체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자영업자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짊어진 손실을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조속히 보상하는 한편 자영업자 부채를 관리하는 별도의 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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