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건강한 해고와 이별을 위해 생각해봐야 할 것들

한준기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교수 겸 취·창업 총괄실장
한준기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교수 겸 취·창업 총괄실장

해고는 정말 현대 자본주의 불가피한 산물일까?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외국계 기업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일상화되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국내기업의 일상화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뉴스 역시 더 이상 낯선 풍경은 아니다. 이제는 대상 연령도 젊어졌고 계층 역시 거의 전체직급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눈앞의 `팩트`이다. 기업에게만 마냥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모든 것을 그대로 안고 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경영악화 극복 및 수익성 개선, 가속화된 산업환경에서의 신속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업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이라는 복합적 문제해결을 위해 결단을 내린다는 데 비난만은 할 수 없다.

회사가 구성원의 해고를 단행하는 가장 큰 이유 성과와 생산성 이슈이다. 다수의 다국적기업의 `저성과=퇴출`이란 공식이 국내에도 보편화 되는 모양새다. 그런데 그들의 성과주의문화(performance-oriented culture)의 이면을 제대로 이해 못 하고 외형만 따라가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 해고가 피해갈 수 없는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천지개벽의 변화는 힘들더라도 분명 달리 접근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총체적인 조직개발·관리와 성과관리가 첫 번째 미션이다. 일 년 내내 제대로 된 피드백 없이 `묵언 수행`만 하다가 갑자기 퇴직을 통보하면 내보내는 자와 떠나는 자의 감정의 골만 더 깊게 만드는 꼴이 될 것이다. 구조조정의 칼을 꺼내지 말라고 기업에 으름장을 놓을 수는 없겠지만, 과거와의 냉혹한 단절을 위해 그냥 갈아 끼우는 `리셋`을 최우선적 옵션으로 생각하는 것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새로 고침` 버튼도 시도는 해봐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경력 전환 프로그램이 제대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저 `고령자고용법 개정안 시행령` 에 따른 법적, 도덕적 책임회피를 위해서 외부 업체에 일임하는 전직지원 프로그램이 아닌, `맞춤형 경력 전환 프로그램`에 조기 투자해야 한다. 어디선가는 경험 있는 이들을 필요로 할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제2의 커리어 길 찾기 여정도 도와주어야 한다. 본 이슈는 청년실업사태 못지않게 중요하다.

또 다른 현실적인 난제도 있다. 당사자인 근로자의 인식전환이다. 청춘을 바쳤으니 인생도 책임지라는 식의 전통적 개념의 `샐러리맨 마인드`에서 탈피하여야만 한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진로를 탐색하기보다는 `가늘게`라도 무작정 버텨보려는 성향은 참으로 심각하다. 듣기 거북스럽겠지만 굴지의 대기업 출신의 임원을 포함해서 퇴직하는 직장인의 90% 정도는 혼자의 힘으로는 제대로 된 자기의 스토리를 셀링하지 못하고, 혼자서는 스스로 장도 못 보고 밥도 못 하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성공적 경력 전환은 개인의 인식전환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해고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라면, 적어도 `필요악`이라는 부담스러운 꼬리표만은 뗄 수 있도록 해보자. 수익성 개선과 경영체질 개선이라는 성적표만이 결과로 남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근로자 역시 재도약과 제2의 경력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업, 정부, 사회 그 누구도 원론적으로는 한 개인의 커리어에 대해, 인생에 대해 도의적 법적인 책임은 없다. 그러나 조금만 관점을 달리해서 해고의 칼날을 휘두르기 전에 한 번에 더 고민하고 추가적인 노력을 시도해본다면 기업 역시 잠재적 수혜자가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기업의 평판 관리와 인재 영입의 유인 요인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보다는 건강해질 수 있고, 성숙해질 수 있는 희망의 스토리를 새해에는 좀 더 많이 접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한준기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교수 겸 취·창업 총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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