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수 공주대학교 지역건설공학과 교수
정남수 공주대학교 지역건설공학과 교수

풍수란 말은 바람을 막고 물을 얻는 장풍득수이며 중국의 황투고원에서 유래했다. 한국은 풍수원리를 응용하여 지역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본다. 길지가 되는 장소는 청룡과 백호가 좌우로 대칭되어야 하고 항상 평형이 유지될 것을 요구받았다. 인간이 만든 시설은 이러한 균형에 영향을 미치므로 풍수는 인간에 의해 파괴될 수도 복원될 수도 있다. 과거의 풍수사상을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지만, 거시적으로 낙토사상과 배산임수를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내포신도시는 용봉산과 수암산에서 뻗어 나와 삽교천으로 흐르는 기운을 부채모양으로 펼친 형국으로 풍수를 고려한 도시설계로 인정받고 있다.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된 후 2020년까지 10만 인구의 신도시를 완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인구는 3만여 명에 못 미친다. 2021년 말 기준으로 내포신도시 인구는 홍성군 89%, 예산군 11%로 홍성지역에 편중되어 있다. 홍성군이 60% 정도인 면적비율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큰 차이다.

이는 1단계 내포신도시 개발이 홍성인 남내포에 집중되면서 개발편중이 일어나며 충분한 생활 기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발의 엇박자는 결과적으로 관계 기관의 이전과 공무원들의 거주지 이전 선택을 늦췄다. 풍수적으로는 산수가 수려하나 지리와 생리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니 인심이 나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2017년 대비 홍북읍, 삽교읍, 예산읍은 모두 인구가 증가했지만, 홍성읍 인구는 감소하였다.

최근 혁신도시 지정으로 많은 공공기관이 내포신도시 입주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여기에는 수도권과의 효과적인 교통망 형성과 충분한 정주 여건 확충이라는 두 가지 선결 조건이 필요하다. 또한, 유치된 공공기관들이 지역에 있는 다양한 연구원, 센터, 대학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한다면 지역 연계발전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서해선 복선전철은 충남 홍성에서 경기 화성의 송산까지 국비 4조 1121억원이 투입되어 2023년까지 완공 예정이다. 2010년 기본계획 수립 시 서해선 시점을 `화양역`에서 `홍성역`으로 변경하며 수도권과의 연결고리가 약화하였다. 세종특별자치시와 같이 국가가 독자적인 역할을 주는 곳이 아니라면 발전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서해선 복선전철 삽교역 신설 확정은 장래신설역으로 고시된 후 11년간 군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유치활동을 펼쳤으며, 지난 1년간은 지역주민이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삽교역 신설 촉구 집회를 하였고, 지역정치인들이 당리당략을 떠나 이전 필요성을 설명하고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여 신설 결정을 끌어냈다. 이 결정으로 내포신도시는 홍성과 예산이라는 지리의 균형을 이루었고, 수도권에서 내려오는 생리의 지점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제는 모두가 합심하여 인심을 얻어야 할 때이다.

내포신도시는 방송국을 비롯한 공공기관, 스포츠센터, 미술관, 종합병원, 특성화된 대학 캠퍼스와 연구단지 등 자족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갖춰야 할 선결 조건이 아직 산재하다. 혁신도시 지정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과 직원들의 입맛을 맞추지 못한다면, 인구 10만을 달성하고 주변지역과 상생발전하는 중심도시가 아닌 주변 도시의 인구와 일자리만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위험이 있다.

예산과 홍성이 좌우날개로 연결될 수 있어야 내포신도시는 환황해시대 중심도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국토부, 국가철도공단과 협력해서 신설역의 적절한 역명과 역할을 부여하고 조기에 완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해선 개통 이후 경부고속철도까지 연결되면, 내포신도시는 수도권과 1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다. 삽교역은 예상 사업비 1조 5537억원인 내포 태안 연결철도의 시점부 환승역도 기대할 수 있다.

정남수 공주대학교 지역건설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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