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교포 사업가 1만평 상당 부지 기부
토지건물 매입 등 절차 2-3년 가량 걸릴 듯

이광형 KAIST 총장(왼쪽)과 배희남 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각) 뉴욕 캠퍼스 설립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KAIST 제공
이광형 KAIST 총장(왼쪽)과 배희남 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각) 뉴욕 캠퍼스 설립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KA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미국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 설립을 추진한다. 토지·건물 매입부터 정식 대학 인가까지 절차를 거치면 개교까진 최소 2-3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지난 9일(현지시각) 뉴욕에서 배희남 Big 투자그룹 회장과 만나 뉴욕캠퍼스 설립 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배 회장은 뉴욕에 3만 3000㎡(1만평 규모) 상당의 캠퍼스 부지와 건물을 제공키로 했다.

글로벌 리더십 파운데이션(GLF) 및 Big 투자그룹의 배 회장은 1981년 맨손으로 미국에 건너가 1995년부터 부동산에 투자해 성공한 한인 교포다. 아직 매입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규모를 감안할 때 배 회장의 기부액은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실력있는 국내 인재들을 세계 속에서 경쟁하고 세계를 이끄는 리더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 총장과 이상과 목표가 맞아 투자를 약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학이 미국 제도에 맞춰 캠퍼스를 설립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KAIST는 이후 토지·건물을 매입하고, 미국 교육기관 허가 등을 거쳐 최소 2-3년 내에는 캠퍼스를 개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후보 부지는 롱아일랜드와 스태튼 아일랜드 2곳이다. 미국에 캠퍼스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은 국내와는 다른 법적 절차가 요구될 뿐만 아니라 강의실, 기숙사, 연구실, 식당 등의 제반 시설 구축 등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 총장은 "뜻 있는 기업인들과 동문, 리더들이 함께 동참해주길 바란다"며 "글로벌 캠퍼스가 설립될 수 있도록 집단 지성의 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이후 이사회, 정부 등 관련 기관들과 세부적으로 협의를 진행한다. 앞으로 국내 학생을 뉴욕캠퍼스로 보내 견문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새 학과도 신설할 계획이다. 뉴욕캠퍼스를 세계 최초의 연구중심형, 기업형 혁신캠퍼스 모델로 운영한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총장은 "학생들이 국내에서 주어진 환경과 사고방식에 안주해 성적에만 신경 쓰지는 않을지, 교수들이 세계 최초보다는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에 만족하지는 않을지 항상 우려해 왔다"며 "카이스티안(KAISTian)이 미국 하버드, MIT보다 모자란 것은 실력이 아니라 꿈의 크기라고 생각한다. 이에 교육과 연구, 창업 활동에 있어 국내 시장만 목표로 하기보다는 세계로 뻗어나가도록 글로벌 시각과 경험을 독려하고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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