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경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
구혜경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
최근 많은 기업에서 ESG 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이다. 사실 ESG 개념 자체가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과거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돼 왔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지속가능경영의 개념도 오랫동안 강조됐다. 대기업들의 경우 중소기업 등 협력업체와 동반성장 혹은 상생의 개념이 강조되기도 했다.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이익집단이다. 따라서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무적 성과일 것이다. 그런데 성과 중심, 성과 제일의 시대가 상당히 오래 지속되면서 기업과 국가경제가 성장한 것도 사실이지만 점차 부의 양극화, 환경의 훼손 등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졌다. 따라서 기업을 평가함에 있어 재무적 성과 이외에 비재무적 성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2000년대 이후 본격화됐고 지금은 전 세계가 이를 ESG 경영이라고 부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ESG 경영을 하는 기업들에게 호의적인가? 개개인의 소비자들이 ESG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동안의 연구들을 토대로 살펴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에게 비교적 호의적이었다. 더욱이 최근 MZ세대들은 이러한 관심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필환경` 트렌드가 대두되면서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 환경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정치적인 투표권을 가지고 있듯이,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경제적 투표권을 갖는다. 바로 `돈`이 투표권이 된다. 이를 `화폐투표`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치약이나 비누를 살 때는 큰 고민을 하지 않고 화폐를 투표하지만,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나 한번 구매하면 오래 사용하는 것들은 여러 후보군을 비교하면서 신중하게 투표한다. 소비자들의 화폐투표는 기업의 화폐득표로 이어진다. 화폐를 많이 `득표`한 기업은 재무적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어떻게 화폐투표를 결정하는가? 예전에는 상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이미지, 큰 기업인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그런데 요즈음의 소비자들은 무조건 잘 알려진 기업이나 브랜드라고 해서 투표해주지 않는다. 물론, 상품 품질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은 기본 전제이고, 그 외에 기업의 가치인식도 고려해서 화폐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잘 알려진 기업이라도 갑질을 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 가차 없이 다른 대안을 고려한다. 규모가 크지 않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기업이라도 사회적으로 훌륭한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화폐투표를 고려한다. 소비자가 화폐투표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구매운동이라고 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화폐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불매운동이다. 최근 돈쭐소비 같은 것은 일종의 구매운동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Z세대 소비자들은 이전 세대보다 적극적으로 화폐투표를 통해 본인의 가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다. 이들은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생활을 중시하고, 동물실험을 하는 상품이나 브랜드를 거부하며, 소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기업들에 대한 불매를 당연하게 여긴다. 단순히 ESG 마케팅 활동 수준에서 표면적인 ESG가 아니라 기업의 조직 문화자체가 ESG를 진정성 있게 추진하는 것으로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사실상 ESG에 있어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환경`영역에 초점을 맞춘다. 제일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보여주기에도 좋은 영역이기 때문은 아닌가?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소비자중심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것은 `사회`영역에 해당한다. 대외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ESG가 아니라 화폐득표를 가능케 해주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는 노력도 더 많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구혜경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