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원 신부·대전교구 천주교 홍보국장
강대원 신부·대전교구 천주교 홍보국장
선선한 바람과 따가운 햇빛이 교차하며 공존하는 계절. 그 차이가 공존하기에 들녘의 곡식과 과일들은 무럭무럭 자라나게 되어 자연도, 사람도 긴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입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짙은 녹색의 들판과 산들의 색깔이 며칠 사이에 변한 듯 보이지만, 실상 자연은 이미 가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오래전부터 해왔을 것입니다.

오늘 칼럼을 준비하며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나는 아홉 달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어떤 열매를 맺고 어떤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지를 바라보게 됩니다. 천주교 신부의 삶이라는 것이, 그리고 보통의 많은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이 특별하다면 특별할 수 있고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습니다. 작년과는 조금 다른 옷을 입고 살아 왔지만 신부로서의 삶은 크게 변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새로이 입은 옷으로 인해 지금까지는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참 많이 하면서 지내왔습니다. 그 시작에 있어서 참으로 막막하기도 하였지만 한참이 지난 뒤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지를 바라보니, 나름 풍성한 결실을 맺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앞으로 더 다양한 열매와 풍성한 수확을 거두어야 하지만 첫 걸음의 결과로는 나름 만족스럽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공감되는 것은 아니지만, 홍보국장으로 지내며 아주 미약하지만 신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상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단일 성지(聖地)로는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해미무명순교자성지`가 국제성지가 되어, 이 기쁜 일을 모두가 함께 나누고 동참하자는 의미에서 `해미국제성지순례길`이라는 영상물을 만들어 게시하였고, 코로나로 인해 영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여러 강의들을 현재 만들고 있고 조만간 게시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네 명의 대전교구 신부들이 함께 모여 가톨릭성가를 부르는 것을 시작하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성당에서, 함께 모였을 때 성가를 부를 수 없는 상황들이 계속되다 보니 많은 신자들이 아쉬워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주 부족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나를 위한 일이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일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대전일보의 종교인 칼럼을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천주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일들을 하기도 하였지요. 이 모든 것이 올 한 해 열매를 맺은 것들입니다.

오늘 신문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올 한 해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한 해를 시작하며 많은 다짐을 하며 작년과는 다른 한 해, 예년과는 다른 나의 모습으로 지낼 것을 생각한 분들이 많이 계실텐데, 어떻습니까? 한 해를 살아오면서 어떤 열매를 맺었고 얼마만큼의 수확을 거두고 계신지요? 물론 2021년은 아직 좀 많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도 늘 그렇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올 해는 그렇고, 내년에 잘 해보자.`라는 식으로 급하게 마무리하는 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올 해는 좀 다르게 지내보았으면 합니다. 저도 그렇고, 독자분들도 그렇고, 가을이라는 수확의 계절에 우리가 한 해 동안 열매 맺은 것들을 바라보고 잘 수확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였으면 합니다. 그래서 올 해는 다른 때보다 더 풍성하고 알찬 한 해가 되어,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기쁘고 보람된 한 해로 남았으면 합니다. 그 시작은 `나중`이 아닌 바로 `지금`입니다. 강대원 신부·천주교 대전교구청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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