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노인을 위한 여가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경로당이나 복지관을 떠올리곤 하는데 현재 노인인구와 증가율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구 마다 한두 개 있는 복지관으로는 노인들의 여가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 경로당도 마찬가지다. 경로당 안에서는 실질적인 여가 프로그램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노인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기능 외에는 별 다른 것이 없다. 결국 노인들이 지닌 다양한 여가욕구를 충족하고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인복지관이나 노인문화센터 등의 여가복지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소수의 대규모 시설보다는 노인의 접근성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작은 규모일지라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가시설을 다수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후화된 경로당의 개보수 및 증축은 물론 그 안에서 노인들이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양질의 여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인 여가에 대한 인식과 교육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tv시청, 화투, 장기, 벚꽃놀이나 단풍여행, 전통 민요나 트로트 음악 등을 노인이 주로 즐기는 `노인층을 위한 여가문화(older folks leisure)`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것이 그 동안 노인들이 살면서 누렸던 여가활동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현재의 노인들은 농경사회, 교육기회의 제한, 여가보다는 일을 통한 가족 부양에 치중한 삶을 살아왔다. 이들이 살아온 시대·사회적 배경과 삶의 역정으로 인하여 창의적이고 심미적인 여가활동, 소위 그럴싸해 보이는 여가활동을 학습할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평생을 힘들게 살아오면서 학습한 여가가 결국 그런 것인데 어떡하나. 여가를 위한 예비사회화가 중요한 이유다. 경험이 있어야 할 줄 아는 것이며 즐겨봤어야 놀 줄 아는 것이다. 노인의 여가에 대한 인식 증진을 통해 새로운 노년기 여가문화를 정립해야하며 여가에 대한 사회화가 이뤄지지 않은 노인을 대상으로 여가활동의 중요성과 활용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참여토록 해야 한다.
생활과 경제수준의 향상으로 향후 노인복지 정책방향은 노인의 기본적인 욕구보다는 일상적인 삶의 욕구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변화될 것이다. 여가는 이 가운데서도 노인의 삶을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지금부터라 노인의 여가증진을 위한 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임진섭 배재대학교 실버보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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