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경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
구혜경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
얼마 전 대전에 신세계 백화점이 문을 열었다. 백화점 오픈 전에 대전의 여러 맘카페에서는 이른바 탑(top)급의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런 브랜드가 대전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대전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이야기도 돌았다. 정말 명품가방 하나 없는 인생은 실패한 인생일까?

과거 명품가방은 사치재에 속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도 아닌, 사실 없어도 되는 물품이다. 부와 명예를 거둔 계층들이 과시하기 위해 혹은 다른 계층과 보이지 않는 선을 긋기 위해 값비싼 명품을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성공의 척도가 곧 명품의 소유라는 인식으로 발전하게 됐다. 하물며 행복한 삶은 좋은 물건을 많이 가지는 것이라고 착각하기에 이르렀다. 이때문에 명품에 대한 열광을 물질주의의 만연, 현대 소비문화의 문제점으로 지적해온 것이다. 장기적인 경기 불황으로 한때 명품 시장이 위축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보복 소비, 보상소비의 관점에서 명품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하지만 요즈음의 명품 열풍은 과거와 양상이 약간 다르다. 부와 명예를 과시하기 위해 명품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지만, 다수의 젊은이들은 이를 오래 사용하고자 하기 보다는 일단 예쁘게 즐기고, 이후 재판매하고자 하는 목적도 크다. 재테크의 목적이라 하겠다. 명품가방의 경우, 각각의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가방 하나의 값이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까지 다양하다. 원재료 값을 생각한다면 절대 지불할 수 없는 가격이다. 그런데 몇 년 뒤에 구입한 가격 수준으로 재판매 할 수 있다면? 빨리 살수록 남는 셈이 된다.

요즘 젊은이들은 명품 가방이 아니라도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서 쓰다가 자신에게 사용 가치가 좀 떨어지면 금방 중고거래로 판매한다. `N차 신상`이라는 표현이 나온 배경이다. 이미 명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중고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추석연휴를 전후로 선물세트를 재판매하는 중고거래 공지가 심심치 않게 뜬다. 새 학기가 되면 교재들 중고거래 글도 많이 올라온다. 중고품이기 때문에 사용감이 많으면 가격은 낮게 형성된다. 어떤 경우는 판매가 아니라 `나눔`이 이뤄지기도 한다. 돈을 받기는 애매하고, 버리기엔 아까운 경우이다. 그렇다면 중고거래 하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들일까?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중고거래 앱을 1번 이상 사용한 월간 순 사용자는 1432만 명으로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31%를 차지한다.

나에게는 이제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새로운 주인을 잘 찾아간다면? 우선 폐기하지 않고 오래 사용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자원의 낭비가 줄고, 궁극적으로 환경오염도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소소한 용돈벌이를 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명품같이 희소성을 갖춘 상품이라면 몇 번째 재판매를 하더라도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아 재테크 수단으로서도 가치가 있다. 돈을 버니 나도 좋고, 좋은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 너도 좋고, 물건을 오래 오래 아껴 쓰니 환경에도 좋고, 일석삼조가 아닌가? 그래서 중고거래의 참여는 자원 낭비의 예방 차원에서 착한 소비로서 기능도 한다.

다만, 중고거래는 주로 개인 간 거래(C2C, Consumer to Consumer)로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소비자가 기업과 거래를 할 때는 법률에 근거해 기업으로 하여금 제조, 판매과정에서 일정한 책임을 지도록 하지만 개인 간 거래에 대한 법적 통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아무튼 거래에 임하는 소비자들은 판매자 입장이든 구매자 입장이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스로 유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중고거래의 장을 여는 플랫폼사업자들 역시 개인 간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고, 분쟁의 예방 및 해결과 관련한 안전장치 마련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구혜경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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