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현재 한반도 안보 상황은 상공에 먹구름이 잔뜩 낀 형국이다. 그저 날씨가 어두운 정도를 넘어 한바탕 폭풍우가 닥치기 직전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금년 들어서만 북한은 다섯 차례의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도발로 `몸풀기`에 나섰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북한이 "핵활동을 전속력으로 진행 중"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의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는 북한이 유엔 제재를 위반해 "여러 차례"에 걸쳐 영변 핵시설을 가동했다고 분석했다.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시설 가동은 모두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다.

9월 15일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에 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됐지만,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취해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것이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IAEA나 안보리 전문가패널의 우려에도 미치지 못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한반도와 역내 안보상황에 가장 심각한 위협임에도 불구하고 써먹을 수 있는 정책적 옵션이 매우 제한적인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일각에선 8년간 북핵문제에 팔장끼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허비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2명의 전문가들이 흥미로운 방안들을 제시해 관심을 끌었다. 먼저, 한때 주한미대사 후보로 꼽혔던 조지타운대의 빅터 차(Victor Cha) 교수다. 그가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올린 칼럼에 의하면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미국의 산만함(distraction)과 북한의 무관심(disinterest)이 기묘한 조합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는 7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같은 대형도발의 가능성을 경고한다.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외교다. `사후적` 외교는 북한이 대형 도발을 저지른 다음에 손을 내미는 것이지만, 위기국면이 통제불능에 빠질 우려가 있다. 다음은 `선제적` 외교다. 예컨대, 북한에게 코로나 백신이나 식량 등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이로써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대화기간 동안의 도발 차단, 중국의 대(對)한반도 영향력 축소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20년 넘게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이 겪은 실패사례와 다를 것이 없다. 다시 말해, 김정은의 호의에 기대려는 `희망적 사고`에 불과해 보인다.

다음은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Sue Mi Terry) 선임연구원이 `포린어페어즈(Foreign Affairs)`에 게재한 기고문이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핵무장 깡패국가(nuclear-armed pariah state)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핵심을 놓친 문제점을 지적한다. 최대 60발의 핵폭탄을 보유한 북한은 매년 최소 6발을 추가로 제조해, 다탄두핵미사일(MIRV)로 미 본토의 미사일방어망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핵우산에 대한 신뢰를 잃은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로써 역내 핵경쟁과 핵확산이 촉발되어, 결국 지구촌의 공멸을 예고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테리 박사가 대안으로 제안한 것이 선제공격, 외교적 해결, 추가 제재, 대북 억제책 강화, 핵확산 방지, 북한 내부로 정보 유입, 본격적인 북한 인권문제 제기 등이다. 선제공격은 선택불가의 영역이며, 외교적 해법이 낫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비핵화가 달성될 가능성은 없다. 중국은 자국 기업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같은 추가제재에 반대할 것이다. 상기 방안들 중에서 유력한 대안이 대북 정보유입과 인권문제 제기다. 그에 의하면 북한 암시장에서 금지된 기술과 미디어의 유포가 전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로써 주민들은 정권의 속임수와 가혹한 현실 간의 격차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따라서 냉전시절에 정보작전-인권문제를 연계시켜 소련을 무너뜨렸던 서방측의 정책은 지금도 유효하다. 평화적 해법이 소진된 상황에서 테리 박사가 제시한 처방들은 유용한 정책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북핵 문제를 단기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탄환(silver bullet)`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북한은 더 자유롭고 더 풍요로운 남한이란 체제가 존재하는 한, 절대로 `안전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즉 북한 핵문제의 본질은 핵무기 자체가 아니라 `정권 자체의 절망감`이다. 체제 붕괴나 획기적인 변혁이 없는 한, 북한 핵위협은 앞으로도(최소 30년!) 계속될 것이다.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