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시장연구팀장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시장연구팀장
수백 만 원에 달하는 별 풍선을 보낸 중학생 가족이 환불을 요청했음에도 BJ가 거부한 이슈가 며칠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미성년자인 중학생이 부모 명의의 계정을 동의없이 이용해 유명 BJ들에게 큰 금액을 결제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가족이 BJ에 환불을 요청하면서 시작된 이슈다. 보호자 동의없이 이뤄지는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온라인 결제행태가 빈번해지면서 지난 4년 간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환불 관련 민원도 3600건에 이른다. 정부는 법령 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법적 규제를 마련하고 사업자 의무를 강화하는 정책 방향이 유일한 해결책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방적 접근이 아닌 사후 문제해결 방식으로 접근하다 보면 청소년만의 새로운 온라인거래 트렌드를 파악하고 발생가능한 소비자문제를 예방하는 데는 소홀해지기 쉽다. 청소년들은 소비 가치관이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아 충동적인 지출이 불러올 부정적 결과에 대해 고려하지 못하고 충동적·모방적 소비를 조장하는 거래 환경에 쉽게 빠져드는 경향을 보인다. 디지털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온라인 결제는 빠르고 간편해졌지만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실제 소비생활 경험이 부족하고 위험 인식도 상당히 낮아 여러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제도 개선 외에 디지털 환경에 맞는 청소년을 위한 소비자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할 시기다. 한국소비자원은 중·고교 청소년의 소비자 역량을 측정하기 위한 첫 단계로 재무·자원관리, 거래환경, 소비자권리와 책임, 디지털소비, 소비생활 안전의 5대 영역별 지식 수준을 파악하는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향후 청소년의 소비자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청소년 소비자교육은 가정, 학교, 지역사회를 통해 상호 유기적으로 이뤄진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 주체는 학교라고 이야기하지만 미래 소비 주체를 육성하는 책임에서 가정, 학교, 지역사회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 청소년이 디지털 소비 경제를 이끌어가는 역량 있는 소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시장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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