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성 손해보험협회 대전센터장
조호성 손해보험협회 대전센터장
가벼운 교통사고가 나서 통원치료만 해도 충분한데 보험금을 더 타내려고 입원해서 치료와 숙식까지 해결하는 환자. 이들은 나이롱환자라고 불린다. 우리 국민들 중에 이 명칭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나이롱환자는 대개 이런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저녁이나 주말은 집에서 보내고 아침이나 평일에 병원으로 출근(?)하는, 심지어 가끔씩 야간에 병원에서 술판을 벌이기도 하는 환자들. 그들 중에는 환자가 곧 직업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수개월에서 심하면 수년간에 걸쳐 병원들을 옮겨 다니며 입퇴원을 반복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들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은 그다지 엄격하지 않은 것 같다. 고무줄처럼 입원기간을 제 맘대로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병원 생활을 함으로써, 실제 받아야 할 금액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아내는 사람들. 보통사람들은 저런 사람들로 인해 애꿎은 내 보험료가 오르게 되는 거라고 잠시 성을 내기도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나이롱환자에 대한 생각은 곧 관심거리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나이롱환자라는 명칭은 과다한 허위·장기입원과 그로 인한 보험금 누수와 같은 각종 문제의 심각성을 일반인들로 하여금 경시하게 만드는 용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나이롱환자라는 다소 가벼운 이름보다 `가짜환자`라는 엄중한 용어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짜환자들로 인해 꼭 필요한 곳에 사용돼야 할 보험금 재원이 엉뚱한 곳으로 새어나가게 된다. 그럼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은 정작 의료와 보험서비스를 제대로 받아보지도 않은 대다수 무고한 사람들에게 전가되는 결과를 낳는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데 기폭제가 됐던 대구 31번 환자도 교통사고 가짜환자였다. 이 사람은 교통사고로 10일간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교회와 예식장 등을 네 번씩이나 제멋대로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수백 명의 시민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만일 이 환자가 병원의 엄격한 관리 하에 무단으로 외출을 반복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보건당국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바이러스가 급격히 전파되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교통사고 가짜환자들로 인해 야기되는 심각한 사회적 병폐를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 2010년부터 교통사고 입원환자의 부재(不在)여부와 병원의 환자관리 실태를 점검해오고 있다. 하지만 입원환자들이 사소한 이유로 외출과 외박을 하는 실태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병원들이 입원환자들의 외출외박을 잘 관리하고 있는지를 확인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각 지자체에서는 교통사고 입원환자와 병원에 대한 점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기껏해야 1년에 하루 이틀 하는 실효성 없는 점검이 아니라, 월 또는 분기 등 수시로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들은 점검을 통해 병원의 입원환자 관리 부실을 적발한 경우에, 현장 계도와 같은 온정적 처분에 그칠 것이 아니라 법정 제재수단인 과태료를 확실히 부과해야 한다.

문제행위의 당사자인 가짜환자에 대한 제재도 신설해야 한다. 현행법에서는 병원의 관리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무단으로 외출 외박할 경우 그 책임을 환자가 아닌 병원이 지도록 돼 있다. 무단 외출외박 환자 본인에 대해 직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행정적·법적 조치와 더불어 시민들의 확고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나이롱환자는 교통사고 가짜환자라고 불리어져야 하며 수많은 시민들의 건전한 감시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근절돼야 할 대상이다. 조호성 손해보험협회 대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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